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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국교급식 시설비공방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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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도시락 없는 국민학교」.
97년까지는 모든 국민학교에서 단체급식을 실시토록 하겠다는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공약사항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 것인가에 학부모 및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장기 어린이들의 고른 영양섭취라든가 좋은 식사습관 기르기.
맞벌이 등으로 점점 바빠지는 주부들의 도시락 싸는 수고 덜기 등 학교급식은 어느 모로든 바람직하나 시설비 마련 등을 둘러싼공방이 나날이 가열되고 있다.
학교급식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설비의 상당부분을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반론이 만만치않기 때문이다.「막대한 사교육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학부모들이5만~10만원 정도의 시설비 부담을 문제삼는 것 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의무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급식시설까지는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사교육비 부담 역시 부실한 공교육 때문」이라는 소리도 여전하다.
단체급식을 한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신체적 성장이 각자 도시락을 싸갖고 다닌 어린이들보다 한결 앞선다는 사실은 통계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부산시교육청이 지난 4년간 단체급식을 실시한 어린이들과 그렇지않은 학교 어린이들을 비교.조사한 바에 따르면 단체급식 어린이들의 키 (남자 1.3㎝,여자 1.1㎝)와 몸무게(남자 0.5㎏,여자 0.4㎏)가 모두 더 자랐다.92년 가을부터 단체급식을 실시한 서울 대곡국교 영양사 김희성(金喜成)씨도『나물이나 김치는 손도 안대려던 어린이들이 차츰 먹기 시작하고,어머니들의 식사시중을 받기만 하던 어린이들이 친구들에게 음식을 나눠줄 줄 아는 것도 크게 달라진 모습』이라고 학교급식의 효과를 말한다.또 영양교육.식사예절과 차례 지키기,급식위원회를 통한 학부모들의 자 연스런 교육참여 등 운영에 따라 얼마든지 학교급식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초기에는 입에 맞지않는 음식도 남기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교사 몰래 창문 밖으로 음식을 던져버리는 어린이도 있지만 차츰 시정된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10월 현재 전국의 5천9백개 국민학교중 단체급식을 실시중인학교는 2천2백52개교로 38.2%.학생수로 보면 약98만명중41만명으로 24%가 도시락없이 국민학교에 다니는 셈이다.
학교급식의 유형은 주로 남는 교실을 개조해 급식소로 활용하는도서벽지형과 농.어촌형,급식소에서 조리한 음식을 식품운반용기로각 교실에 나눠주는 도시형이있다.현재 도서벽지 어린이의 63.
1%,농.어촌 어린이의 43.1%,도시 어린이 의 18.3%가각각 친구들과 똑같은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한다.교육부는 95년에 1천4백80개교,96년에 6백80개교에서 추가로 단체급식을실시토록 함으로써 97년까지는 모든 국민학생 어머니들을 도시락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비에 대한 학부모 부담(50%)을 제외하더라도 시설비 3천3백66억원,인건비 2천4백25억원,운영비 9백42억원 등 96년까지 6천7백33억원이 필요하므로 지방자치단체의 공교육비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육부는 93년 도서벽지 국민학교의 급식을 위해 2백억원의 국고지원을 받은데 이어 올해는 도시영세민지역 국민학교 급식시설을 위해 3백억원을 더 신청했으나 이미 편성된 예산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실정.물론 지난해의 경우도 당정협의 때까지 거부당했으나 막판 대통령의 재가과정에서 2백억원을 확보한 만큼 좀더 두고 볼 일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조심스런 기대다.
학생수나 급식형태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도시지역의 경우 소요되는 급식시설 경비는 1억5천만원 내지 2억원 정도.93년 학교급식법 개정에 따라 서울에서는 정부보조 50%를 제외한 나머지를 학부모들로 조직된 학교급식 후원회를 통해 모 금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지역별로 적게는 48%에서 많게는 90%까지 학부모들이 시설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대해 학부모 및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급식학교로 지정된 경우 학교별로 사정이 다르지만 각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5만원 내지 10만원 이상으로 정해져 학부모.교사.어린이가 모두 은근한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임익근(林翼根)의원은『일단 은행에서 시설비를 대부받아 모든 학교가 일제히 급식을 실시토록 하는 방안도 고려함직하다』고 말한다.교육비 특별회계로 3년간 이자만 지불하다 예산이 확보된 뒤 원금을 갚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학교급식문제에 각각 관심을 표명해온 한국여성단체연합.참교육을위한 전국학부모회.인간교육 실현을 위한 학부모 연대.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전국지방자치 유관연구소협의회 준비모임 등은지난 17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공동으로 요구한 사항은▲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95년과 96년 예산에서도 급식시설비 지원 예산을 구체적으로 편성할 것▲내무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에서 학교급식시설 예산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방침을 철회할 것▲지방자치단체는 일반회계에서학교급식시설 예산을 계속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할 것 등 세가지.이를 위해 오는 11월4일에는 서울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11월10일에는 공개토론회를 열며,95년 지방의회 선거후보자들에게는 관련 조례를 제정한 다는 공약을 내세우도록 공동으로 압력을 행사한다는 등의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金敬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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