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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로 다니면 되는데, 왜 굳이 나룻배 띄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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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앞줄 왼쪽부터 문재인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 성경륭 정책실장, 백종천 안보실장, 염상국 경호실장, 전해철 민정수석. [사진=김경빈 기자]

참모들 감싸는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회견 도중 "우리 청와대 사람들은 전부 춥고 배고플 때 살던 사람들이라 인맥이 시원치 않다. 적어도 삼성 하고 인맥 팍팍 뚫어 놓고 거래해 가며 따뜻하게, 편안하게 비서 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왼편에 서 있는 청와대 참모진을 돌아보았다. [사진=김경빈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특별 기자회견에서 "당선축하금을 받았다는 내용이 특검 항목에 있는 건 대통령 흔들기"라고 비판했다. 또 측근들이 삼성 비자금을 받았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난번에 큰소리치다가 구겨졌지만 또 구겨지더라도 우리 참모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양균 전 정책실장과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 사건 당시 "깜이 안 된다"고 말했다가 뒤늦게 사실로 밝혀져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던 것을 가리킨 말이다. 노 대통령은 '당선축하금'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홍준표.안상수 의원을 "홍준표씨, 안상수씨"로 부르기도 했다. (※표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그는 또 "(특검법을 수용하겠지만) 국회가 이 같은 특검법을 만들어서 보내는 건 국회의원 횡포이자 지위의 남용이라 생각한다"며 "다리(※검찰의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있으면 다리로 다니면 된다. 왜 굳이 나룻배(※특검)를 띄워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그동안 청와대가 밝혀온 원칙과 달리 특검 법안을 수용한 배경이 뭔가.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오늘 판단은 그냥 정치인으로서 하는 판단으로 이해해 달라. 정치인은 항상 결과를 고려하면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처음 거부권 검토를 말할 때는 검찰 위신은 유지돼야 하며, 국회에서 거론되는 특검이 근거도 희박한 것을 그냥 둘둘 말아 하려는 것 같고 공직부패수사처 문제에 대한 국회 처리의 부당성을 국민들에게 말씀 드리고 싶었다. (※청와대는 당초 삼성 특검 법안과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의 국회 통과를 연계했다) 그런데 별로 성과를 볼 만한 상황이 조성되지 않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부득이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특검법에 최고 권력층의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포함됐다.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이 대상이 될 경우 응할 것인가.

"당선축하금이라는 의혹이 있는가. 홍준표씨, 안상수씨가 말했는데 고소하려고 발언 내용을 전부 조사해 봤는데도 모호하더라. 아무 근거가 없다. 대통령 흔들기 아닌가. 대통령이 수사에 응할 것이냐고 물었는데 옛날에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가 많았다. 그때처럼 하겠다. 법대로, 양심껏 대응하겠다."

-대통령의 측근들이 당선축하금 명목의 자금을 받았다면 어떻게 할 건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18일 '2002년 대선 뒤 노 대통령 주변에 거액의 돈이 건너갔다'고 주장했다)

"측근이 받았다면 당연히 수사 대상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용철 변호사(※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폭로가 청와대가 의심받게 된 계기인데 보편적으로 청와대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 이용철 변호사도 (돈을)돌려보냈지 않았는가. 저는 상당한 자신을 가지고 있다."

박승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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