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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아시아의고동>인도 12.무거운 세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기업인이라면 어디서나 세금에 대해 신경을 쓰겠지만 인도에서는특히 더하다.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아직 강하게 남아 있어 세금이 엄청나게 무겁다.소득세는 한때 95%까지 걷은 적도 있다고 하니 상상을초월할 지경이다.지금은 40%로 낮아졌으나 급여가 많은 외국인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미국.유럽기업들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급여의 3분의 1만인도에서 주고 나머지는 싱가포르. 홍콩등에서 따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최근 인도국세청이 전산망을 갖추고 외국인의 현지급여는 물론 본국이나 제3국에서 받 는 급여까지 소득세를 물리겠다고 나서 외국주재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인도의 고소득층들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소득세를피하고 있다.이들은 특히 농업소득이 면세라는 점을 이용,대도시근교에 농장을 갖고 소득의 80%정도를 소작료로 털어내고 있다. 법인세도 45%로 『벌어서 세금내기 바쁠 지경』이라는 말이나올 정도다.그러나 주(州)마다 감면혜택이 주어져 입지만 잘 택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다.낙후지역에 공장을 세울 경우 법인세를 아예 안 받는 주도 있다.금성사 뉴델리사무 소의 전창(田昌)과장은 『법인세 감면율이 기업의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므로 입지선정에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관세도 국제수준에 비해 턱없이 높다.몇년전만 해도 대부분의 소비재에 대해 2백50%라는 무거운 관세를 물렸 다.이것이 91년이후 점차 낮아져 지금은 대략 65%수준이다.
예를 들어 보자.삼성물산의 정태호(鄭泰昊)봄베이지점장은 지난해 쏘나타Ⅱ를 무려 4만달러(약3천2백만원)나 주고 한국에서 들여와 승용차로 굴리고 있다.그는 관세 1백5%.지방세.등록세등을 합해 1백70%가 넘는 세금을 물어야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것이다.
세금뿐 아니라 금융사정도 외국기업들에 별로 유리하지 않다.6백80여개의 시중은행이 외국수출기업에는 연 6~7%로 운영자금을 대출해 주고 우리나라 산업은행격인 IDBI.IFCI등이 좋은 조건으로 설비자금을 지원해 준다고는 하지만 실 제 혜택을 받는 기업은 많지 않다.
실세금리도 연 16~17%정도로 우리나라보다 높다.꺾기도 있고 커미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증권쪽은 사정이 좋아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수월하다.인도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창업과 동시에 상장이 가능하다.상장기업수도 7천개가 넘는다.외국기업들도 대부분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봄베이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고 있 다.
그러다보니 큰 돈 안들이고도 합작기업을 만들 수 있다.자본의일부는 노후설비로 현물출자하고 일부는 주식을 공모하며 나머지는현금으로 출자하면 된다.50대50으로 기업을 설립할 경우 현금으로 내야 할 부분은 전체자본금의 15%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증시가 계속 활황세를 보이고 있어 나중에 주식만 팔아도 투자원금을 충분히 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한일합섬과 뉴에라社의 합작사인 한일에라의 경우 93년 설립과 동시에상장됐는데 주당 10루피였던 주가가 지금은 50루피 에 거래되고 있다.
[봄베이=南潤昊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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