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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미국대선] 폭로 vs 폭로 … 막 나가는 美 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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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 대선전이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주방위군 근무 여부를 물고 늘어진 게 도화선이다. 발끈한 공화당은 "역대 선거 사상 가장 치사한 선거전"이라며 민주당 경선 선두주자인 존 케리(매사추세츠)상원의원을 상대로 맞불 폭로전을 펴고 있다.

◆가열되는 공방=공화당 전국위원회 에드 길레스피 의장은 12일 "민주당은 미국의 대통령에 대해 중상모략을 하고, 음성조직에 뒷돈을 대고, 유권자를 압박하고, 인터넷에 거짓말을 유포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이 인터넷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여자친구를 임신시킨 뒤 돈을 줘 낙태시킨 경력이 있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리려고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식 사이트(www.rnc.org)도 아예 민주당 케리 후보 항목을 따로 만들어놓았다. '케리는 누구인가'라는 항목엔 '매사추세츠 리버럴에다 미국과는 동떨어진 사람으로 사형제도에 반대하고, 총기소유를 반대하며, 1991년의 이라크전에 반대한 사람'이라고 돼 있다. 클릭하면 몇 페이지에 걸쳐 케리에 대한 비난자료가 이어진다.

공화당은 "케리의 부인인 억만장자 하인즈가 특정 유권자 단체에 5만달러를 지원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케리 의원이 여배우 제인 폰다와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열렬한 반전운동가인 제인 폰다는 베트남전 당시 적군인 월맹 지역까지 넘어가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는 비난을 받은 인물이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공화당 음모론'이 넓게 퍼져 있다. 오는 8월 말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오사마 빈 라덴의 검거 사실이 발표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조차 지난해 사담 후세인이 붙잡힌 직후 이를 언급했었다. 비난이 일자 "농담이었다"며 취소했다.

민주당 역시 전국위원회 사이트(www.dnc.org)에서 "부시 대통령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다"면서 '진실 대 부시의 말'이라는 대비표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리처드 코언은 10일자 칼럼에서 "나도 부시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베트남에 안 가려고 주방위군으로 도피했는데 근무를 하나도 안 했지만 월급은 다 받았다"고 주장했다.

◆악명 높은 비방 사례=88년 공화당 후보인 부시 부통령(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이 민주당 마이클 듀커키스 후보를 상대로 한 광고가 악명 높다. 듀커키스가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강력범 2백68명에게 귀휴를 허가해 이들이 귀휴 중 살인과 강간. 강도를 저지른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64년 민주당 존슨 후보도 핵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광고로 내보내면서 공화당 골드워터 후보가 당선되면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심어줘 상대방을 침몰시켰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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