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獄中 로버트 김 "아! 아버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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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장남인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64)의 석방을 간절히 바랐던 김상영(金尙榮.90)옹이 끝내 숨졌다. 金옹은 아들의 출소를 5개월여 앞둔 13일 오전 5시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에덴요양병원에서 별세했다.

로버트 김은 부친의 별세 소식을 13일 오후 11시쯤(한국시간) 들었다. 로버트 김이 먼저 전화를 걸어야 통화할 수 있는 교도소 수칙 때문에 뒤늦게 부음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부인 장명희(61)씨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뉴욕 케네디공항으로 가던 중 로버트 김의 전화를 받았다.

張씨는 로버트 김이 "아버지…"라고 부르며 흐느낄 뿐 말을 잇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장 교도소 담장을 뛰어 넘어 한국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내에게 "아버지께 불효자를 용서해 달라고 대신 빌어 달라"는 말만 덧붙인 뒤 로버트 김은 한국이 있는 서쪽을 향해 두번 큰절을 올렸다.

張씨는 이날 로버트 김의 육성 녹음테이프를 들고 상(喪)을 치르기 위해 한국으로 향했다.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 연방교도소에서 버지니아 애시번 자택과 가까운 윈체스터 교도소로 이감된 뒤 녹음한 '사부곡(思父曲)'이다.

"존경하는 아버님께. 어느 듯 감방에 온 지 7년5개월이 지났습니다. 아버님 1년만 더 살아주십시오. 오는 7월 말에는 출소합니다. 보호관찰 3년만 사면받으면 서울에도 갈 수 있습니다. 장남으로서 한번도 효도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용서를 빕니다. 출감할 때까지 만이라도 살아주신다면 모든 정성을 다해 모시고 싶습니다." 金옹은 이 육성 테이프를 듣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전남 여수 출신인 金옹은 8.9대 국회의원(전남 여수-여천)을 지냈다. 부산상고.성균관대를 졸업한 그는 1933년 조선은행(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한국은행 조사부장.금융조합연합회(현 농협) 이사 등을 거친 金옹은 58년 한국은행 부총재에 올랐다.

그는 전경련 초대 상근부회장을 지낸 뒤 정계로 진출했다. 부인 황태남(黃泰男.83)씨와 사이에 로버트 김과 김성곤(金星坤.52) 전 의원 등 4남1녀를 뒀다. 金옹은 로버트 김이 수감된 지 3년 만인 99년 연방교도소에서 아들을 면회한 뒤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발인은 15일 오전 7시30분이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02-3010-2238.

김동섭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사진 설명 전문>
로버트 김의 부친 김상영옹이 13일 아침 운명했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영안실에서 이웅진 로버트 김 후원회장(中)이 로버트 김이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 동안 어머니 황태남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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