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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롭게 散華한 충주湖의 영웅-本社20년근속 장재훈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화마가 삼켜버린 충주호 유람선에서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동승한 승객 30여명을 구한뒤 실종됐던 장재훈(張在勳.60.서울서대문구천연동)씨가 26일 끝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돼 가족은 물론 그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을 오열케 하고 있다.
서울 천연.냉천.옥천동등 같은 동네「3천년친목회」회원 60여명과 함께 유람선에 오른 張씨는 사고직전 갑판에 나와 짙은 가을속 단양팔경의 절경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선미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는 것을 본張씨 일행은 누군가의 외침에 따라 서둘러 객실로 들어갔다.평소입담이 좋기로 소문난 張씨는 객실로 대피한채 불안에 떠는 아주머니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우스갯소리를 하며 불 이 꺼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순식간에 매캐한 연기와 불길이 객실로 들어오고 있었다.더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中央日報 윤전부에서 70년부터 90년말까지 근무했던 張씨는 함께 있던 승객들에게『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죽는다』고 소리치며등산용가방으로 유리창을 수차례 내리쳤으나 소용이 없었다.
공포와 절망감에 싸인 승객들이 아우성치는 속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은 張씨는 애지중지하던 비디오카메라로 다시 유리창을 내리쳤고 순간 그토록 견고하던 유리창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10여m쯤 떨어진 곳에 눈에 익은 다른 유람선과 어선등이 구조를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다들 빨리 빠져 나갑시다.』 張씨는 서둘러 대피할 생각은 않고 객실에 갇혀 있던 승객중 먼저 노약자들을 도와 구조대가 있는 쪽의 물속에 한사람씩 내려 주었다.그러기를 수십차례,어느새 불길은 張씨의 발끝까지 다가왔고 張씨는 본능적으로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
그러나 탈진한 張씨는 10여m를 헤엄쳐 가다 물속으로 그만 가라앉아 버렸다.그의 도움으로 살아난 승객들은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준 張씨가 끝내 시체로 발견되자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일행 임병수(61)씨는『 당시 張씨가 유리창을 깨고 우왕좌왕하던 승객들의 탈출을 돕지 않았다면 객실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불길속에서 죽어갔을 것』이라며『張씨가 1개월전 척추수술을 받은 부인 김정자(59)씨와 함께 오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아내를 위해 붉게 물든 단풍잎과 기념품을 준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丹陽=安南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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