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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본 ‘프런티어마켓’ 탐험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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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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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부의 보츠와나는 에이즈 감염률이 세계 최고인 30%로 악명 높다. 하지만 경제 하나만큼은 아프리카에서 목에 힘을 준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5900달러나 된다. 러시아·터키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가신용등급은 A2(무디스)로 한국과 같은 수준이다. 안정적인 정치 상황과 경제 개방정책, 다이아몬드 수출 증가에 힘입어 최근 1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 6.7%를 기록했다.

 국제 투자 자본이 보츠와나 같은 ‘프런티어마켓’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프런티어마켓은 증시 규모가 작고 역사가 짧아 개척(Frontier)이라는 뜻이 붙여졌다.

 ◆프런티어마켓으로 흘러드는 세계 자본=프런티어마켓은 ▶ 아직까진 덜 발전했지만 ▶ 최근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 도로·항만·철도 등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 장기적인 투자 전망이 밝은 것이 공통점이다. 자원 부국인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 아프리카의 경제 중심인 나이지리아·보츠와나,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펼치고 있는 베트남 등이 대표적이다.

 보츠와나 한인회 김장수 회장은 “외국 투자 자본의 진출이 활발하다 보니 외국계 기업·금융회사 지점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며 “증시 활황으로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프런티어마켓은 동유럽·아프리카·남미·동남아·중동에도 넓게 퍼져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고, 중국·인도 같은 이머징마켓의 거품 우려가 높아지면서 프런티어마켓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웨스트LB멜론애셋의 휴 헌터 책임자는 “이머징마켓은 너무 많이 노출됐다”며 “세계의 돈이 숨겨진 프런티어마켓을 향해 흘러들고 있다”고 말했다.

 ◆프런티어마켓 상품 봇물=투자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는 프런티어마켓도 적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남부 아프리카에 유입되는 개인 투자 자금이 2000년 90억 달러에서 지난해 450억 달러까지 늘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는 유가 급등에 힘입어 ‘오일 달러’가 넘쳐난다. 이 지역의 대표적 프런티어마켓인 우크라이나 증시의 PFTS지수는 지난 1년간 400에서 1150으로 세 배가량 치솟았다. S&P가 8월 프런티어마켓 30개국의 150개 기업을 묶어 선보인 프런티어마켓 주식지수(S&P/IFCG Extended Frontier 150 Index)는 출범 후 9% 상승했다.

 유명 펀드들도 프런티어마켓을 향한 탐험에 나서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자산의 50%를 이들 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스몰캡’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JP모건도 베트남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였다.

 아프리카 펀드를 운영하는 뉴스타의 제이미 알솝 펀드매니저는 “나이지리아에선 10%만이 예금 계좌를 보유하고 있고, 20%만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며 “이 통계만 봐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내년 초 한국에도 출시=국내에도 내년 초 프런티어마켓에 투자하는 펀드가 선보인다. 프랭클린템플턴은 “내년 1월 말 출시를 목표로 루마니아·슬로베니아·레바논·트리니다드토바고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 회사는 처음으로 프런티어마켓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으면서 일단 한국에만 판매할 예정이다. 비교적 ‘고수익-고위험’ 투자를 선호하는 한국에서 성공 여부를 지켜본 뒤 판매 지역 확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랭클린템플턴 서진희 이사는 “이머징마켓과 선진국 증시가 비슷하게 움직이면서 해외 분산 투자의 개념이 퇴색하고 있다”며 “프런티어마켓이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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