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후 시장경제의 발전은 탐색비용을 줄여 온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인들이 모여 시장을 형성하고, 독특한 간판으로 손님을 끌고, 신문·방송·인터넷에 광고를 하는 것들이 모두 탐색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의 소산이다.
선거에서 후보를 골라야 하는 유권자들도 탐색비용을 치른다. 유권자들은 연초부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들의 부침과 각 당의 혼탁한 당내경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최종 후보가 과연 누가될지를 힘겹게 가늠해야 했다. 품질과 가격을 따지기 이전에 도대체 어떤 물건이 나올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탈당과 돌출적인 독자출마, 합당과 후보 단일화 논의는 유권자들의 탐색비용을 더욱 늘려 놓았다.
이제 후보들이 등록을 마침으로써 마침내 대선의 장이 섰다. 대선 시장에서 탐색 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마케팅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후보들은 지금부터 대선 시장에 각자 좌판을 펴고 손님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대선 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의 품질과 가격을 확실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후보들은 변변한 공약집 하나 내놓지 않은 채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자기 물건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밝히지 않고 남의 물건의 흠집만 탓하고 있는 격이다. 그래서 좋은 물건을 고르기가 더욱 어렵다.
하자 있는 물건이라면 환불이라도 하겠지만 대통령은 한 번 잘못 뽑으면 환불할 수도 없으니 딱한 노릇이다.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