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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2000>4.사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하나님의 형상과 같은 인간의 모습을 포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신(神)에 대한 모독이다.이런 기계를 만들었다고 떠드는 다게르는 분명 바보중의 바보다.』 지금도 일부 미개인들은사진기가 영혼을 빼앗는 것으로 여기듯,1839년 프랑스의 다게르가 사진기를 처음 내놓았을 때도 유럽의 언론들은 이같은 맹비난을 퍼부었다.그만큼 사진기의 발명이란 것이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 다.
하지만 사진기의 발명은 이미 기원전4세기때부터 그 원리가 움텄다. 당시 아리스토텔레스는 방안을 어둡게 한 뒤 한쪽 벽면에바늘구멍을 뚫어놓으면 물체의 영상이 바늘구멍을 통해 들어와 비록 거꾸로이긴 하지만 맞은편 벽면에 그 영상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아내 이를 일식(日蝕)의 관찰에 사용했다.
「카메라 오브스쿠라」(라틴어로 어두운 방을 의미함.오늘날 카메라의 어원이 됨)라고 불린 이방법은 중세들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한 화가들에 의해 밑그림의 윤곽을 그리는 도구로 발전,작은 상자형태로 소형화됐으며,1550년 이탈리 아의 물리학자 칼다노는 구멍쪽에 볼록렌즈를 대면 영상이 또렷해진다는 것을발견했다.
이와관련,한국외국어대 박성래(朴星來.科學史)교수는 『세종대왕당시 태양의 고도 측정을 위해 만든 동표(銅表)또한 정확한 측정을 위해 땅위에 카메라 오브스쿠라와 비슷한 바늘구멍 장치를 사용했고,정약용(丁若鏞)도 「칠실관화설」(漆室觀 畵說)이란 글을 통해 어두운 방안에서 바늘구멍을 통해 들어온 외부의 경치를감상했다는 대목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후 유럽에선 질산은(窒酸銀)을 담은 병을 햇볕에 노출시키면질산은이 검게 변하지만 상표때문에 햇볕을 안쬐인 쪽은 흰색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이를 이용해 카메라오브스쿠라의 영상을 포착하려는 시도가 이뤄진다.
1822년 프랑스 인쇄업자 니에프스는 햇볕이 안닿은 부분도 결국에는 모두 검게 변색하기 때문에 질산은 대신 아스팔트의 일종인 「비투멘」이란 물질(빛이 많이 닿은 부분일수록 딱딱해지는성질을 갖고 있음)을 바른 판을 카메라 오브스쿠 라의 벽면에 세워 인류사상 최초의 사진을 찍는데 성공했다.하지만 이 방법은사진촬영에 8시간이나 걸리고 형체도 불분명한 단점이 있어 니에프스의 공동연구자인 다게르는 1839년 요오드증기를 쐬인 은판(銀板)에 수은증기를 다시 쐬면 현 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다게레오타이프」라는 최초의 사진기를 발명했다.그의 경우 촬영을 했는데도 영상이 나타나지 않아 은판을 서랍안에 처박아뒀는데,며칠후에 다시 보니 서랍안에 이미 들어있던 수은병의 증기에 영향을 받아 화면이 또렷이 나타나 있는 「우연한 발견」이 계기가 됐다.
다게르의 발표보다 불과 3주 늦게 영국의 탈보트는 질산은을 바른 종이로 촬영을 한 뒤 소금물에 적시면 「네거티브영상」(흑백이 서로 뒤바뀐상태)을 얻을 수 있고,이를 다시 질산은 종이에 맞붙여 빛을 쐬면 「포지티브영상」(흑색과 백색 이 서로 제대로 된 상태)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의 방식은 빛이 종이를 통과해야 했기에 선명치못한 단점이 있어 「다게레오타이프」보다 인기는 떨어졌지만,여러장의 사진을 만들수 있는 「필름의 원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큰 평가를 받았다.
사진기와 관련,가장 뛰어난 발명중의 하나는 1888년 미국(美國)의 은행원이었던 이스트먼이 만든 제품.그는 사진기를 손에쥘 수 있을 만큼 소형화시키면서도 그안에 1백장의 두루마리식 필름을 내장,모두가 싼가격으로 간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했다.『셔터만 누르면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합니다』라는 슬로건대로 소비자가 사진을 다 찍은 뒤 회사에 보내면 회사에서 필름을 꺼내 현상한뒤 필름을 다시 채운 카메라와 함께 되돌려줬는데,바로 이 회사가 오늘날 세계최 대의 사진업체인 코닥社다.이스트먼의 사진기는 에디슨에 의해 영화용 영사기의 발명으로 이어졌고 1912년 美영화업자인 조지 스미스는 필름크기를 오늘날의필름규격이 된 35㎜로 소형화시켰다.
***필름없는 카메라 등장 이후 화학.광학.전자기술의 발달은사진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빛의 색깔에 선별적으로 작용하는 감광제의 개발은 컬러사진으로 이어졌으며 35㎜리플렉스카메라,폴라로이드의 즉석카메라,적외선을 발사해 거리를 측정하는 日本 캐논社의 자동초점 (Auto-Focus)카메라의 개발도 뒤따랐다.
최근에는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빛의 물리적인 아날로그 신호를 반도체를 이용해 디지털신호로 변경시키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올해초 美애플社는 현상이나 인화를 할 필요가 없고,대신 컴퓨터에 연 결시키기만 하면 화면을 볼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까지 내놓고있는 상태다.
〈李孝浚기자〉 ***다음회에는「유리」편이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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