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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길 50代친목회원 단체참사-충주호유람선화재 현장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충주호 유람선화재사고는 서울 성수대교붕괴사고와 마찬가지로 관리소홀로 빚어진 인재(人災)였다.
승객들은 사고선박이 화염에 휩싸이자 승무원의 안내를 제대로 받지못한 채 불길을 피해 우왕좌왕하다가 불에 타거나 물에 빠져숨졌으며 일부는 선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변을 당하기도 했다. 일부 승객은 구명조끼도 입지못한 채 불길을 피해 맨몸으로호수에 뛰어들어 살려달라고 외치는등 아비규환의 참상이 빚어졌다. ○…배가 오후4시쯤 충북단양군적성면 신단양 선착장에서 출발한 지 15분만에 기관실에서 불이 나면서 삽시간에 선실과 갑판등으로 불길이 옮겨붙었다.
승무원들은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으나 불길을 잡는데 실패했고불길이 갑판위까지 번지자 선실 유리창을 깨고 구명튜브를 물에 던지며 승객들에게『물로 뛰어들라』고 소리쳤다.
친구 4명과 함께 선실에 앉아있었다는 朴인자(40.충주시 교현동)씨는『사고지점에 이르러 선실에서 고무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차면서 불길이 치솟았다』며『승무원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했으나 불길이 번지자 구명튜브등을 물속에 던지며 물로 뛰어들라고 해 헤엄쳐 나왔다』고 사고 순간을 회상했다.
승객들은 불길이 크게 번져 배에서 대피할 때 질서정연하게 구명조끼를 지급받지 못하고 서로 먼저 구명조끼를 차지하려다가 일부는 구명조끼를 입지 못한 채 물속에 뛰어드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더욱 늘어났다.
한편 이날 사고현장에는 인근 군부대병력 1백명을 비롯,경찰.
제천소방서.119구급대 등에서 시체수색과 인양작업에 나섰으나 화재가 진화된지 얼마안돼 곧 날이 어두워져 어려움을 겪었다.
밤 12시쯤 청주소방서에서 조명차가 도착하면서 다시 시체수색작업이 재개됐으나 조명차 접근이 어려워 선실안에 불에 탄 4~6구의 시체를 확인하고도 서로 뒤엉켜있는 시체가 훼손될까봐 1구만 인양하는데 그치고 나머지는 25일 날이 밝 으면서 유가족들의 통곡속에 다시 시작했다.
○…해군 조난구조대와 13공수여단 잠수부 등 50여명의 군인들로 구성된 수색대는 24일 오후 시체5구를 인양한데 이어 25일 오전 선박.선실등에서 시체 15구를 추가 인양.
수색대원들은 25일 오전 7시쯤부터 잠수복을 입은채 선실 안으로 들어가 시체를 인양했으나 시체 대부분이 심하게 불에 타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편 사망.실종자 가족들은 불에 탄 시체들이 속속 인양되자 현장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며 오열.
가족들은 시체 인양작업을 벌이고 있는 잠수부들이 시체를 너무거칠게 다룬다며 심하게 항의, 현장에 출동한 군인과 경찰들이 유가족들의 현장 접근을 막는등 긴장된 분위기.
○…인명구조에도 적잖은 문제점이 드러났다.화재가 난 관광선을진화하기 위해 출동했던 소방차가 사고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방향으로 가다가 뒤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초기진화에 실패. 사고현장은 단양군적성면애곡리 구단양 철교밑이었으나 소방차가 현장 반대편인 단성쪽으로 가다가 뒤늦게 길을 잘못 든 것을 알고 방향을 돌렸지만 화재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차량때문에 30분이나 늦게 현장에 도착했던 것.
○…불이 난 충주호 관광선 5호 옆을 지나던 충주호 관광선 2호에 탑승했던 승객들 가운데 朴명석(46)씨와 金윤환(46)씨등 2명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승객 20여명을 구조.
또 불이 나자 곧바로 달려온 어선 2척의 신원미상 어부들은 순식간에 40여명을 구해내기도 했다.
○…사고수습대책본부와 (주)충주호관광선측이 사고소식을 듣고 뒤늦게 수습대책본부에 도착한 유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사고현장및 병원.숙소 안내를 위한 차량편의를 제공하지 않아 유가족들로부터비난.사고유람선에 승선,실종된 文원기씨의 동생 도기( 44.서울서대문구냉천동)씨등 유가족과 승선한 친지 10여명은 25일 오전3시쯤 단양군청에 마련된 사고수습대책본부에 찾아와 사고현장과 사망자가 안치된 병원등을 안내해줄 차량을 요구했으나 대책본부는 대기차량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
사고유람선 소속사측도 부장급 관계자 1명만 대책본부에 파견해놓은 채 사고현장 안내나 차량편의 제공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유족등으로부터 비난이 쇄도.
○…24일 오후 발생한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건으로 홍천군내촌면광암리 출신 친목회원 13명이 사망.실종된 것으로 확인되자 홍천군은 기획실장등 3명의 공무원을 현지에 파견하고 비상근무에돌입. 이들 친목회원 27명은 24일 오전6시30분 보람관광버스로 당일코스의 단양8경 관광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는데 이날 오후8시쯤 사고소식을 접한 홍천군은 읍.면별 주민등록 컴퓨터를재가동해 친목회원들의 주소를 확인하고 유가족들에게 연 락하는등부산.이날 대부분 부부동반으로 관광에 나선 친목회원들은 50~60대여서 피해가 컸다.[丹陽=安南榮.芮榮俊.金芳鉉기자] ▲76년 8월8일=경기도여주 지석강서 유람선 침몰(사망 12명) ▲80년 6월24일=경남 거제해상에서 엔젤 1,2호 충돌(사망5.실종 4명) ▲81년 8월20일=충북 대청호서 유람선 전복(사망 9명) ▲85년 7월27일=전남 홍도 근해서 신안2호 침몰(사망 18명) ▲86년 11월27일=경기도 강화 근해서 카페리2호 침몰(사망 12.실종 16명) ▲87년 6월16일=경남 거제 해상서 유람선 화재로 침몰(사망 25명.실종 1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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