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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환경을살리자>37.부산 화명정수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전국 4백45개 취수장 중 6.7%인 30곳이 고도정수가 필요한 3급수로 밝혀진 것처럼 상수원 수질오염이 갈수록 심해져 고도정수시설을 설치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부산 화명정수장이 처음으로 4월부터 고도정수장 시설을 갖추고 시험 가동하고 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다.
화명정수장은 올여름 가뭄으로 낙동강 수질이 악화됐을 때 효과를 발휘하기는 했지만 이 정수장의 시설 도입과정과 운영과정에서문제점도 적지않아 다른 정수장에 시설을 도입하기 앞서 철저한 기술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북구 상학산 기슭에 위치한 화명정수장.
6만평의 넓은 대지에는 침전지 18개,여과지 50개가 바둑판처럼 놓여있다.
국내 유일의 고도정수장인 이곳은 물금에서 취수한 하루 60만t의 물을 정수해 1백만명의 주민에게 공급하고 있다.
심하게 오염된 낙동강 하류의 강물을 퍼올려 수돗물을 만들기 위해 일반 정수시설외에 오존처리와 입상(粒狀)활성탄시설을 갖췄다. 〈그림 참조〉 일반 정수과정은 화학물질인 응집제를 넣는 혼화지에 물속 부유물을 덩어리로 만드는데서 부터 시작된다.침전지에서는 이 덩어리를 가라앉히고,모래여과지에서는 남은 부유물을거른 후 염소소독 해 공급한다.
고도정수시설은 모래여과와 염소소독 사이에 추가된다.
고도정수에 사용되는 오존은 악취를 내거나 염소소독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THM)으로 바뀔 오염물질을 미리 분해한다. 그러나 오염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해 오존처리후 입상활성탄(GAC)으로 거르는 것이 보통이다.
입상활성탄은 야자나무 껍질등을 고온에서 태워 만든 지름이 2㎜정도의 숯 알갱이로 오염물질을 흡수한다.
생물활성탄은 유기물 제거능력이 뛰어나 수도관에서 미생물이 자라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염소소독에 따른 THM생성도 줄일 수 있다.
화명정수장은 생물활성탄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생물활성탄의 장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기물 제거율은 70%,암모니아 제거율은 60%에 불과하다.
일반정수에서 유기물의 56%가 제거되고 오존.활성탄처리로 제거되는 양은 14%에 불과하다.
암모니아는 겨울철 낙동강에서 2PPM까지 증가하는데 현재의 제거율로는 기준치 0.5PPM을 유지하기 어렵다.화명정수사업소장인석(張仁錫)소장은 『암모니아는 수돗물 악취와는 상관없고 미국.일본등에서는 기준치도 없다』고 밝혔지만 고도정수시설이 기준치를 초과하도록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생물활성탄 시설을 둘러보면 걱정은 더 커진다.
임시 가건물처럼 콘센트로 둘러쳐진 내부에 양편으로 각각 9개씩의 입상활성탄 여과지가 썰렁하게 놓여져 있다.
〈사진참조〉 당초 여과지는 외부 건물 없이 노천(露天)으로 설계.시공됐다.
옥외에 설치하면 겨울철 수온이 크게 낮아져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잘 자라지 않고,여름에는 조류(藻類)들이 태양빛을받고 자라 여과지가 막힌다.
문제점 지적이 잇따르자 공사를 담당한 럭키개발이 서둘러 건물을 둘러치긴 했지만 역부족이다.
빛을 차단하기 위해 엉성하게 덮어놓은 비닐막은 97억원의 막대한 사업비를 들인 시설인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고도정수시설이 제역할을 못하는 것은 미리 마쳐야 할 모형공정실험이 실제 공사에 반영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
부산대 환경대학원장 김동윤(金東潤)교수는 『3~5년 동안 실험후 건설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고도정수시설은 화명정수장과 차이가 크다.도쿄(東京)의가나마치(金町)정수장은 오존누출을 탐지하며 처리후 남는 오존소각시설도 완벽하다.
암모니아 농도 1.5PPM까지 제거되며 비린내 원인인 메틸아이소보르네올(2-MIB)도 완벽히 없앤다.
정부는 낙동강 12개소,한강 3개소,금강 2개소,영산강 1개소등 18개소에 고도정수시설을 추진중이지만 여전히 모형공정의 중요성이 무시되고 있다.
모형공정을 통해 충분히 검토한 후 설계에 반영시켜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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