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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 <33> 경영권 승계는 어떻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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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20면

잭 웰치(72·오른쪽)는 전설적인 경영인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를 20년간 맡았다. 웰치의 아내인 수지 웰치(48·왼쪽)는 세계적 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Q: 경영권을 가장 잘 승계한 기업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롤리에서 로버트 핸드필드) 

“위기 때 아니면 내부인물이 우선”

A:경영권 승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기업을 물었더라면 대답하기가 한결 수월했을 것입니다. 어쨌든 경영권 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많습니다. 미국 거대 금융회사인 씨티그룹과 메릴린치의 최고경영자(CEO)가 쫓겨났습니다.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 공석 중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런 공백을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애초 당신이 던진 질문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기 위해 성공적으로 경영권을 이양한 기업의 예를 들어보죠. 존슨&존슨과 골드먼삭스, 마이크로소프트, 캐터필러 등 많습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내부 승진으로 경영권이 승계됐습니다. 경영의 ABC를 제대로 알고 있는 기업들인 셈이지요. 사실 CEO가 갑자기 또는 예정대로 물러났을 때 별 잡음 없이 경영권이 이양되면 사업 차질이 거의 빚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씨티나 메릴린치에서 일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지요. 어느 날 갑자기 CEO가 해고됐습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합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나는 어떻게 될까?”라는 말을 하며 전전긍긍 노심초사할 것입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당연히 능률은 뚝 떨어지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내부 승진 방식으로 새 CEO를 선임하면 상대적으로 돈이 적게 듭니다. 회사 밖의 인사는 자신의 차에 가득 실을 만큼 고액 연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외부자를 CEO로 영입할까요?

기업 이사회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경우입니다. IBM이 금융회사와 제과업체인 나비스코를 경영하던 루 거스트너를 1993년 영입했을 때가 바로 대표적인 예입니다. 최근 사례는 독일 기업 지멘스입니다. 이사회는 제약업체 머크에서 피터 로슈어를 데려왔습니다. 이미지를 실추시킨 지금까지의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지배주주가 따로 있으면 그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경영자를 선임하기 위해 밖으로 눈을 돌리기도 합니다. MTV를 보유한 미디어그룹인 비아콤/CBS그룹의 섬너 레드스톤과 자산운용사 피델리티그룹의 네드 존슨 같은 인물이 주로 밖에서 전문경영자를 물색합니다.

지배주주가 따로 있지 않고 회사의 구조개혁 필요성도 없는데 외부자를 CEO로 영입하려고 한다면, 이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사회는 경영자를 선임하고, 그가 성장전략을 제대로 마련해 실천하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이런 이사회가 경영자 선임 기준과 절차 등에 소홀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주주행동주의자들의 등장입니다. 이들이 실적부진 등을 맹렬히 물고 늘어지는 탓에 이사회가 분기 순이익 한두 푼 증감에 전전긍긍합니다. 우리 부부는 진정한 주주라면 분기 순이익이 한두 푼 오르내리는 것보다 제대로 경영자를 선임해 장기적인 이익을 내는 데 더 관심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이사회가 경영권 승계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현재 경영자의 부족한 점 등을 평가해야 합니다. 언제 어떻게 기존 경영자를 갈아치울지도 솔직하게 토론해야 합니다. 이사회가 이런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현 경영자를 오싹하게 만듭니다. 마치 부부가 이혼과 재혼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셈입니다.

요즘 우리 부부는 ‘실적 아니면 죽음’이라는 풍토 속에서 회사를 맡아 경영할 사람이 많지 않아 이사회가 경영자 교체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한 직원이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력(涉歷)하도록 해 경영자로 클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기업은 내부에서 인재를 길러내 은퇴할 때까지 일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력한 인재가 부족합니다. 트레이딩과 판매, 투자은행 부문 간 벽이 높습니다. 전문성이 중시되는 탓입니다. 예외적인 인물이 있기는 합니다. 투자은행 JP모건의 CEO 제이미 디몬입니다. 그는 씨티그룹 회장 등을 역임한 샌디 웨일 밑에서 16년 동안 일했습니다. 금융의 여러 분야를 맡아 아주 값진 경험과 지식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전지전능하지는 않습니다. 그가 떠났을 때를 대비해 이사회가 후임자를 물색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비후보를 반드시 물색해야 합니다. 체계적으로 진행해 현 경영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사회가 이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주주행동주의자들이 그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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