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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低價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가격은 소비,가격은 판매다』라는 말이 회자되더니 이제는 「가격파괴」라는 혁명적인 단어로 바뀌고 있다.미국에서는 10여년전부터 상품 가격을 대폭 내려서 파는 대형할인점,창고형 도소매업과 아울렛 등 신업태가 출현해 소매시장을 석권하 고 있으며 이는 일본 등 선진국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가격파괴현상은 장기간의 불경기와 원가상승에 따른 판매부진에서 시작되었다.할인업체들은 해외에서 상품을 생산.수입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하고 시설투자비와 판매관리비를 대폭 축소해 저가(低價)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할인업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전반적인 경기과잉과 물가불안 상태에 있는 우리나라의 신업태들은 점포개발비를 축소하고 새로운 판매체계를 구축해 파격적 가격인하에 따른 손실을 흡수할 수 있어 야 한다.특정상품의 가격만을 인위적으로 인하한다면 상품 수급의 왜곡은 물론 시장 교란현상도 야기할 수 있다.
세계시장의 싼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수입자유화와 시장개방이 없이 국내상품만을 전제로 한 저가경쟁.가격파괴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경기 호황, 외국자본의 유입 등으로 인한 인플레와 그에 수반되는 물가상승을 우려하고 있다.물가지수를 관리하기위해 생산업체와 유통업체에 일부 품목의 판매가격 인하를 종용하고 있다.이런 정책은 단기적인 물가관리 효과는 있겠지 만 장기적으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물가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라는정통적인 경제이론에 충실하려는 속성이 있다.이제는 개방시대에 걸맞는 성숙한 물가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가 늦게나마 유통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유통단지개발 촉진법」의 제정을 서두르는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96년 유통시장 전면개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유통업에 대한 인식 전환과 지원,기업의 상품 및 인력 개발.원 가 절감.서비스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양유통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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