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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법률 산책] 검사 출신들 활약하는 미국 정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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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13면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요즘 검사들이 뉴스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프레드 톰슨이 모두 검사 출신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법조 직역(職域)은 정치에 진출하는 관문 구실을 해왔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42명 중에서 24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아마도 이번 대선에서도 또 한 명의 법조인 대통령이 탄생할 것 같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요 후보 중에서 법조인이 6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존 에드워즈, 루돌프 줄리아니, 버락 오바마, 미트 롬니, 프레드 톰슨이 그들이다. 이 중 롬니 외에는 모두 변호사로 일하다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만약 줄리아니나 톰슨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들은 검사 출신으로 최초의 대통령이 된다.

줄리아니는 뉴욕시장이 되기 전 뉴욕시의 수석연방검사를 지냈고, 부패한 정치인과 마피아 등을 상대로 한 유명한 사건에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9·11테러 당시 뉴욕시장으로서 차분하면서도 유능하게 사태에 대처하는 이미지를 세계에 보여주었고, 검사와 시장으로 일하면서 강인한 이미지도 쌓아왔다. 그의 대선 캠페인은 주로 이런 인기에 의존하고 있다.

프레드 톰슨은 초년 검사 시절 은행강도 사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뒤, 상원 법사위에서 열린 워터게이트 청문회에서 공화당 측 변호인으로 활약했다. 변호사와 로비스트로 일하던 그는 영화배우로 데뷔했고, 특별할 것 없는 연기생활을 마친 후에는 상원 의원이 되었다. 상원 의원으로 9년을 지낸 뒤 그는 다시 배우가 되기 위해 의원직을 그만두고, 유명한 TV 시리즈물인 로 앤 오더(Law & Order)에서 검사 역을 맡았다. 톰슨이 대선 후보로 나온 뒤 몇몇 TV 방송국은 로 앤 오더 중 그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의 방영을 중단했다.

검사로 법조 경력을 시작한 미국의 정치인 중 현재 가장 유명한 사람은 뉴욕주 검찰총장으로서 명성을 쌓았고 지금은 뉴욕주지사로 있는 엘리엇 스피처이다. 그는 증권회사, 투자은행, 보험회사, 음반회사, 컴퓨터제조회사 등을 상대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유명한 소송들을 제기함으로써 ‘소비자의 후원자’란 명성을 얻었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커다란 인기를 끌었지만, 재판을 법원이 아니라 신문 지상에서 벌이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주지사가 된 뒤 스피처는 검사 시절의 거친 수사행태로 뒤늦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용의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거나 거짓말의 함정에 빠뜨리려고 사건과 상관없는 성생활과 관련한 심문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주지사가 된 뒤
정적들을 감시하기 위해 주 경찰을 동원한 혐의로 공개사과를 한 적도 있다.

앨버토 곤잘러스는 지금 곤경에 처해 있는 또 한 명의 검사 출신 인사다. 그는 연방검사들을 정치적인 이유로 해고한 것이 드러나 미국 법무장관 직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검사는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로부터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았다. 검찰의 권한 행사는 어떠한 정치적인 고려나 권력의 남용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할 것이지만, 이상이란 것은 종종 실현하기 어려운 때가 있게 마련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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