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재 교체 전동차 화재 실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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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2일 대구지하철 월배차량기지엔 시민단체.학계, 참사 유가족.시민 등 2백여명이 몰려들었다. 대구지하철공사가 2.18 참사 이후 추진한 전동차의 내장재 교체 설명회와 화재 실연회를 참관하기 위해서다.

공사 김종구(60)운영이사는 설명회에서 "2백43억원을 들여 1호선 전동차 34편성(204량)의 내장재를 불연 또는 극난연성 재료로 교체중"이라고 밝혔다.

연말까지 22편성(132량), 내년 상반기까지 12편성을 바꾼다는 것. 교체 대상은 내장판.단열재.의자.바닥판.창틀고무.광고틀 등 전 부분이다.

김이사는 "교체 내장재는 영국표준규격(BS 6853)을 적용한 것이어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교체 내장재의 화재 안전성을 평가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정우성(43)박사는 "내장재 교체로 발열량 62%, 연기발생량 76%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 측은 기존 내장재와 교체 내장재의 화재시험을 선보였다.

7백도 고열로 30초간 불을 붙이자 시트.바닥재.단열재.내장판 등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기존 내장재는 쉽게 불이 붙고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유독가스로 냄새도 맡기 어려웠다. 그러나 새 내장재는 불이 붙지 않고 연기 등이 거의 나지 않았다.

실제 전동차의 3분의 1 크기로 제작한 모의 전동차에 대한 화재시험도 이뤄졌다.

시험은 시트.바닥에 시너 4ℓ를 뿌린 뒤 불을 붙이는 식이었다.

불을 붙이자 전동차는 3초만에 시커먼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

유독가스 냄새도 났다. 2분50초가 지나면서 불길은 사그라들었고 3분35초가 지나자 저절로 꺼져 버렸다. 그러나 전동차 안은 새까맣게 불타거나 그을린 모습이었다.

시험 관계자는 "연기와 불길은 시너 자체가 타면서 생긴 것"이라며 "불은 전면적으로 확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참관인들은 그러나 아쉬움을 나타냈다. 내장재 교체 전의 객차에 대한 화재시험이 이뤄지지 않아 비교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구지하철안전시민연대 서재열(47)공동대표는 "신.구 내장재를 따로 놓고 시험할 때는 확연한 차이를 느꼈지만 기존 전동차의 화재시험을 하지 않아 내장재를 교체한 전동차의 우수성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공사는 오는 3월말 내장재가 교체된 전동차를 차례로 운행키로 했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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