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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닭·오리 소비] 치킨집·양계장 줄도산 벼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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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요즘 같아서는 전기.수도 요금도 제대로 못 낼 지경입니다. 조류독감 발생 전에는 하루 40~50마리씩 팔던 닭이 다섯마리도 안 팔려요. 이대로 간다면 결국 가게 문을 닫는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상계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설(56)씨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지난해 7월 영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하루 15만원 이상의 순수익을 올렸는데 조류독감 발생 이후 2개월 동안은 매월 2백만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金씨는 "앞으로 두달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농림부와 한국계육협회 등 관련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조류독감이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두달 동안 업계의 피해액은 7천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양계농가의 경우 닭의 도살 등으로 1천3백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비도 크게 줄었다. 조류독감 발생 전엔 전국적으로 하루 1백만~1백20만마리가 소비됐던 닭은 현재는 50만마리대로 감소했으며, 10만마리였던 오리는 1만마리로 줄었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로 등록된 4만여개에 달하는 치킨 판매업소를 포함한 외식업체들은 울상이다. 이들 업소의 지난 2개월간 매출 감소액은 4천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닭.오리 고기의 소비 감소로 가공업체와 사료 생산업체들도 매출이 1천7백억원 줄어드는 피해를 보았다. 사육농가뿐 아니라 관련 업계가 연쇄 도산 위기에 빠진 것이다.

업계에선 지금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6개월 후엔 피해액이 모두 2조1천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닭.오리 관련 사육.가공.유통.외식업체 등에 종사하는 인구는 72만명에 달한다. 한국계육협회 관계자는 "지금 양계산업은 초토화된 상태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닭.오리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길거리에 나앉을 형편"이라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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