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2007 KB 국민은행 한국리그' 사석의 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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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07 KB 국민은행 한국리그'
○ 김수장 9단(신성건설)  ●조훈현 9단(제일화재)

장면도(1~7)=정규리그 마지막 14라운드에서 조훈현 9단과 김수장 9단 두 노장이 맞붙었다. ‘정상’의 조훈현과 ‘신예’ 김수장이 치수 고치기 대결을 벌이며 화제를 모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두 기사 모두 젊은이들이 판치는 한국리그 속기무대에선 문화재 같은 존재가 됐다.

 국면은 의연 백의 김 9단이 우세하다. 조 9단의 흑1은 승부수. 중앙 흑대마가 어딘지 엷어 불안하지만 가일수하면 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조 9단이 승부수를 던졌다. 이때 백2, 4로 한 점 잡고 만 것이 결정적 실착. 흑7에 이르러 흑의 승리가 쉽게 결정됐다.

결과론이지만 이 한판의 파장은 의외로 컸다. 이 직후 이세돌 9단이 윤찬희 초단에게 지는 파란이 이어졌고 제일화재는 조훈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신성건설에 3 대 1로 졌다. 한데 지고도 포스트 시즌에 턱걸이한 것은 오직 조 9단이 이 판에서 거둔 ‘1승’ 덕이었다.

만약에 3 대 1이 아니라 3 대 0으로 졌더라면 제일화재 대신 한게임이 포스트 시즌 막차 진출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 그렇다면 김 9단이 이기는 수순은 무엇일까.
 참고도(1~9)=백1로 기어 나와 두 점을 키워 죽이는 수가 기막힌 사석의 묘였다.

백5의 한 방을 얻어 내는 수순인데 이 백5가 있으면 7의 날일자 수가 성립하면서 흑대마가 절단되고 만다. 백 필승의 코스였다. 포스트 시즌 진출 팀은 1위 영남일보, 2위 신성건설, 3위 울산디아채, 4위 제일화재 순.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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