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공세 펴는 에리카 김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직접 한국 들어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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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41)씨의 누나 에리카 김(43)은 22일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직접 한국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은 해야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는 "동생과 이 후보의 계약서에 '이명박씨가 소유하고 있는 BBK 주식'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BBK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밝혀 온 이 후보를 정면으로 공격한 셈이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았지만 세간의 이목은 대선 후보들이 아니라 김경준씨와 그의 가족에게 쏠려 있다. 그들은 기자 회견,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선 정국의 주연급 등장인물로 부상했다.

에리카 김은 동생 김씨가 송환된 16일 언론과의 접촉을 시작했다. "동생이 방금 전 구치소에서 공항으로 떠났다"고 한국 기자들에게 알려줬다. 이전까지 "동생 일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언론 접촉을 피했던 그는 이후 언론사를 골라가며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펼치고 있다.

그는 20일 이 후보와 동생 김씨 사이의 '이면계약서'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하며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다음날 이뤄진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나타났다. 이씨는 계약서를 잠깐 펼쳐 보였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언론의 큰 관심을 이끌어 냈다. 에리카 김은 동생이 한국으로 송환되기 전인 13일 10㎏짜리 서류 소포를 동생의 변호인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에리카 김이 이 후보에 대한 압박 작업을 연출하는 '총감독' 을 맡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는 코넬대를 거쳐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27세 때 미국 변호사가 됐고, 최연소 로스앤젤레스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에리카 김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김씨 구명 작업에 가세한 상태다. 아버지 김세영씨는 김경준씨의 송환 직전 "내 아들은 (이 후보와) 싸우러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 김영애씨는 중앙일보에 "아들을 사기꾼 취급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23일 한국에 입국한다. 정치권과 언론의 시선이 또다시 김씨 가족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리카 김은 BBK 사건과는 별개로 8월 불법 자금세탁과 공문서위조 혐의로 미국 연방검찰에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귀국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이 재판 때문에 미국에서 출국이 금지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 부인 이씨는 한국 검찰에서 김씨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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