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떠나고 싶다는 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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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시민 10명중 4명이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다는 서울시의 여론조사 결과는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다.서울의 극심한 환경오염,최악의 교통사정,비싼 물가등을 감안해 볼때 10명중 6명이「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한게 오히려 의아스러 울 지경이다. 그러나 「떠나고 싶다」는건 절대적인 기준에서의 막연한 감정일 뿐 실제로 떠나겠냐고 물었더라면 아마도 10명중 한명도 「그렇다」고 대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전체적으로 볼때 서울보다 삶의 여건이 더 나은 곳을 찾기 어렵고,그런 이상 싫으나 좋으나 서울에서 계속 살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이번 서울시의 조사에서도 시민들의 39.4%가 「살기 좋다」,35.5%가 「그저그렇다」로 대답했고 「살기 나쁘다」는 응답은 25%에 지나지 않았다.교육.문화.레저시설 이용과 생 활용품 구입 편리등이 그주된 이유였다.
그렇다면 해묵은 숙제인 수도권 인구집중을 완화할 정책방향이 무엇인가는 자명(自明)하다.국토의 균형적인 개발로 다른 지방을서울보다 더 살기좋게 만드는 길 뿐이다.그럼에도 그동안 서울등수도권의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각종 시설과 기관의 증설억제등과 같은 물리적 수단을 통해 인구집중을 억제하려 해왔다.경험한 바와 같이 이같은 정책수단이 성공할리 없다.삶의 조건이 더좋은 곳에 살려는 욕망을 누가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그러한정책수단은 서울등 수도권지역의 각종 여건을 악화시키기만 했을 뿐이다. 모든 문제는 결국 인구문제로 귀결(歸結)된다.지금까지의 추세대로 인구집중이 계속되는한 서울시민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그 불만을 덜어주려고 투자를 하면 반짝효과는있겠지만 그것이 인구집중을 더 가속화하는 요인이 된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해결의 방법은 지방의 여건을 개선하는 길밖에는 없는 것이다.마침 내년부터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개막된다.이를계기로 국토개발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서울시민의 대부분이 서울에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 수밖에 없으니까 산 다.떠나고 싶은 사람을 떠나게만 해줄 수 있어도 서울의 삶은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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