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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동성 포함 예금금리 전면자유화 안팎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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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東京=郭在源특파원]일본은 17일 유동성예금 금리를 자유화함으로써 규제금리시대의 막을 내리게 됐다.
유동성예금 금리의 자유화는 금융 시스템의 효율화로 연결된다는플러스 면,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마이너스 면 등 두개의 얼굴을 갖고 있지만 지난 10여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해온 금리자유화에 일단 종지부가 찍혔다.
이는 세계적인 금리자유화의 흐름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일본이 만년 금융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는 길은 지금부터의노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자유화 과정에서는 저축대부조합(S&L)등이 고수익을 추구한 결과 리스크가 큰 대부쪽으로 폭주하면서 파탄을 초래했다.미국에서 유동성예금 금리자유화는 실패했다고 판정내리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미국과는 달리 단계적 자유화를 취하면서 격변을 피하고 기존 금융질서를 지켜왔다.그러나 부분적인 자유화 단계에서 소위 SF(스미토모.후지은행)전쟁과 같은 금융기관의 과당경쟁을 유발해 버블 팽창으로 치닫게 한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이 하나같이 버블 붕괴로 거대한 불량채권을 안게 된 것이다.
이번 자유화와 관련해서 지적되는 문제점은 몇가지가 있다.
우선 시중은행들이 자유화 경쟁이라고 하면서도 마치 손잡은 듯이 일제히 보통예금 금리를 현행 연0.22%에서 불과 0.1%포인트 정도밖에 올리지 않은 것은 체질개선이 아직 멀었다는 것을 뜻한다.
간사이(關西)대학의 우에다(上田昭三)교수는 지난 7월『은행의금리체계는 완전한 카르텔』이라고 지적,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청구한 적이 있다.그에 따르면 완전 자유경쟁이 이뤄져 가령 금리가 현재보다 1%포인트 올라간다면 예금자 전체 로는 3조엔의이익이 발생한다고 시산했다.이 계산대로라면 이번에 자유화가 됐어도 혜택은 무척 작은 것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계산도 시사적이다.개인의 금융자산 약 1천2백조엔 가운데 민간금융기관의 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93년말현재 30.8%였는데 금리자유화의 움직임이 일던 75년말에는 43.6%였다.한편 은행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보 험.연금 등의금융자산은 이 사이에 23%에서 36%로 늘어났다.이는 예금자경시가 개인의 은행이탈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금융시장 메커니즘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우편예.저금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유동성예금은 기본적으로 금리만의 경쟁인 정기예금과는 달리 금리경쟁에 결제서비스경쟁이 가미돼 있다.
민간끼리의 경쟁이라면 자유화 원칙이 효과를 거두겠지만 민간밖의 우편이 있어 금융구조를 왜곡하는 것이다.대장성과 우정성이 유동성예금 금리자유화에 합의했지만 파워게임에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대장성의 행정 규제라는 보호막 속에서 안주하던 금융기관의 체질,관청주도의 정보독점등이 이용자들의 이익을 저해했다는 점도 지금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다.최근 일본 자본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공동화(空洞化)현상,금융파생상품(디리버티브)으로 미국등 외 국계 은행들이 주도권을장악해가는 양상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자유화의 종결을 계기로『자유경쟁을 살리면서업계 재편을 착실히 진행시켜 경제에서 금융의 기능을 높여나가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먼저 큰 일을 치른 미국의 금융기관들이완전히 활기를 되찾았다는 것도 일본으로서는 금리 자유화,넓게는금융자유화 추진에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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