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조언하는 성희롱 대응 ‘민망하게 만들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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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왜 이러세요”

대개 남자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여자가 먼저 꼬리를 쳤다. 야릇한 눈빛을 보냈다. 옷을 야하게 입고 다녀 성적 충동을 느끼게 만들었다” 등등. 남자들이 이렇게 항변하는 데는 물론 여성들의 잘못도 있다. 처음 성희롱이 가해졌을 당시 여자가 당황한 나머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수진 법률사무소의 김수진 변호사는 “성희롱이 가해질 경우 서로가 민망할 것을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상대방을 ‘민망하게’ 만들어야 더 이상의 성희롱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켜 상대방이 ‘창피함’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성들이여. 당당하게 “왜 이러세요 ”라고 크게 외쳐라. 민망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남자를 더 민망하게 만드는 것이 성희롱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일관된 진술. 동료 진술 중요

성희롱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증거자료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주변 직원들의 증언이 중요함은 물론 상사의 부적절한 언행을 녹음하는 치밀함도 필요하다. 하지만 꼭 녹음을 할 필요는 없다고 민들레 법률사무소의 김인숙 변호사는 말한다. 그는 “꼭 증거자료가 있어야 한다기 보다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동료들의 증언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성희롱은 주로 여러 사람이 있을 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가해자인 남자 뿐 아니라 동료 여직원이 “나도 옆에서 들었다. 내가 듣기도 민망했다”는 식으로 의견을 진술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인숙 변호사는 이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했을 때 “흥분된 상태에서 말하지 말고 그 날 있었던 일을 차분하게 정리해야 한다. 나중에 언제 어디에서 이야기를 해도 진술이 일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꾸며냈다고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다”며 일관된 진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가능

성희롱은 상황별로 징계 수위는 다르지만 피해자의 의지만 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변호사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피해자는 직장 내 시정조치를 청구해 가해자를 징계·파면시킬 수 있다. 이 때 물론 ‘피해자에게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남녀고용평등법은 명시하고 있다. 동시에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위자료도 받을 수 있다. 김인숙 변호사는 “성희롱의 차원을 넘어 강제로 키스하거나 가슴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으로 이어질 경우 형사고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육체적인 성희롱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에 해당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성희롱 피해가 있을 경우 이렇듯 피해자의 손해배상 및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지만 여성은 이곳저곳 눈치를 살피느라 조용히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에 김수진 변호사는 “내가 조용히 넘어간다면 나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후임에게도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당부했다. 민들레법률사무소의 김인숙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이 잦은 사람들은 당연히 부하 직원들이 싫어하기 마련”이라며 “사람들이 가해자를 자꾸 피하고 비난하게 되면 결국 불이익은 가해자에게 돌아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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