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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화제>중국경제 한탕주의 重症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도입과 높은 경제성장으로 중국(中國)에서「돈맛」을 알게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각종 탈법.불법을 저질러서라도「한탕」 하려드는 경제사범도 크게 늘고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부패는 불가피하다며 경제사범에대해 대충 눈감아주던 중국당국도 이제는 더이상 방치하다간 국가의 근간이 흔들릴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이들에 대한 처벌을강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엔 1주일 사이에 4곳에서 90명의 경제사범을 처형했다.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횡령.독직.뇌물수수 등이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탕」을 하겠다는 범죄는 말단 직원에서부터 고위층까지 골고루 퍼져있으며 액수도 수백위안(元)에서 수천만위안까지 이르고 있다. 중국 검찰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횡령 독직범죄가 2만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1%나 늘어났다.또한 이 기간중 전국적으로 적발된 부정부패 건수는 76만3천여건으로이중 45%가 경제사범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범죄가 만연하고 있는 이유는 경제성장과 시장경제 개념의 도입으로 사회 곳곳에서「돈」을 챙길 수 있는 구멍이 많아진데다80년대 중반부터 수단의 정당성은 별로 고려치 않은채『부유해지는 것은 영광스러운 것』이라는 사고가 사회 전반 에 번지면서 축재(蓄財)에 대한 가치관이 상당히 왜곡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여기에다 경제발전에 따라 바뀌어야할 각종 법과 규정이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점도 부정을 낳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세금도둑」의 원시적 형태도 등장하고 있다.지난 7월 하얼빈에 있는 세무서에 들어가 네차례에 걸쳐 세금고지서를 훔쳐 시중에 팔아온 일당 3명이 체포돼 사형에 처해졌다.
한 말단 은행원이 간부 3명과 짜고 서류를 조작해 2중환율을적용하는 방법으로 무려 13억위안(약 1천2백억원)을 사취,스위스.오스트리아은행 등에 예치했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이밖에 수만달러를 뇌물과 횡령으로 빼돌리고 홍콩 등을 통해 달아나려다 붙잡히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처럼 부패가 만연하자 일부에서는 89년 천안문 사태때처럼 반정부 여론이 급격히 확산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또한 중국당국이 한창 추진중인 경제개혁과 자유화 조치가 한꺼번에 후퇴할지모른다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 李元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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