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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인터뷰>스포츠외교 總帥 김운용 IOC副委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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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에서 국기(國技)인 태권도가 2002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데 결정적 공헌을 한 김운용(金雲龍)IOC부위원장겸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국제 스포츠계의 거물로 꼽히는 金위원장이 이번에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위원장으로 히로시마에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중반 이후 치열해진 韓日(한일)간 2위 다툼에서 승리하길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한국선수단을 지휘하는 金위원장을 만나 세계무대로 발돋움하려는 아시아스포츠의 장래,그리고韓日간 격전을 펼치고 있는 2002년 월드컵 유치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가라테.세팍타크로.우슈.카바디등 일부 국가에서만 즐기는 종목이 포함되는등 종목편성이 방만한 느낌입니다.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총회에서도 종목이 너무 많다고 판단,줄이기로 했다는데요.
▲OCA의 파드회장도 이번대회에 종목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있습니다.차기(98년)아시안게임 개최지인 방콕이 종목을 절반 정도(17개)로 줄여주길 희망하고 있습니다.이번 OCA총회에서도 종목을 25개 정도로 줄이기로 잠정적 합의를 본 상태입니다.종목선정의 원칙은 올림픽종목을 70%로 하고 IOC승인종목 20%,고유종목 10%를 채택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라테.우슈등 태권도와 유사한 종목이나 중국이 금메달을 싹쓸이해 가는 수영.역도.육상등의 세부종목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안게임이 스포츠 강국인 중국의 영향으로 경기력은 점차 나아지고 있는데 비해 참가국의 열기는 다소 수그러지는 느낌입니다.향후 아시안게임의 활성화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종목을 줄여 일부국가의 특정종목 독식을 없애야 합니다.그리고 이번 히로시마대회를 위해 일본이 중앙아시아 5개국에 재정지원을 한 것처럼 형편이 어려운 국가들도 대회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OCA차원에서 힘을 모아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아시아의 리더그룹인 한국도 이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러한 일에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물론 이번 히로시마대회에 삼성.
코오롱등 대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카자흐등 일부 국가를 지원했습니다만 국가적 차원에서도 지원대책을 강구할 때가 됐 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에 북한이 불참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일성(金日成)사망등 혼란한 국내문제와 악화된 경제때문이라고 봅니다.스포츠적인 관점으로는 북한이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에 불참해 경기력이 크게 약화됐고 이로인해 성적이 부진할 것을우려했다는 측면도 지적될 수 있을 것입니다.북한은 스포츠에서도국제적으로 고립돼 가는 경향이어서 향후 이들이 국제무대에 다시나올수 있도록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설득도 하고 지원도 할 계획입니다.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채택 의의와 향후 한국스포츠의 국제적 위상등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 민족 고유의 무도(武道)가 세계인의 스포츠로 인정받게됐다는 점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정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애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사실 지난달 IOC총회는 태권도의 정식종목 채택을 위해 다시없는 황금기회 였습니다.제가IOC 부위원장으로서 집행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었고 사마란치 위원장등 IOC위원들 대다수가 태권도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북한.일본등의 방해공작도 있었지만 총회에 참석한 IOC위원 85명 전원의 찬성으로 마침 내 태권도가 정식종목이 되는 감격을 누렸습니다.
이제 한국은 88년 서울올림픽 개최와 태권도 정식종목채택으로국제스포츠계에서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월드컵축구 유치문제는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와중에도韓日간의 중요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한국의 월드컵유치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월드컵유치는 올림픽유치와 맞먹을 정도로 국가경제와 인프라에미치는 영향이 막중합니다.또 국제적 인기스포츠여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등 국가적 홍보효과도 매우 높습니다.따라서 월드컵유치는 스포츠계뿐 아니라 국민의 여망이기도 합니다 .
그러나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월드컵유치에 나선 상황이어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전력을 다해 도울생각입니다만 아직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우선 월드컵유치는 주먹구구식으로는 안된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을 상대로 그들이 한국에서 월드컵을 치러도 시설이나 운영.수입등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합니다.그러려면 첫째,대회유치를 위한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한국축구의 경기력을 좀더 향상시켜야 합니다.다행히 지난미국월드컵에서 한국이 인상적경기를 펼쳐 좋은 평가를 받은 걸로압니다.아무튼 꾸준히 경기력 향상에 힘써 세계적 수준에 오를수있도록 하는게 중요합니다.
셋째,축구붐 조성에 힘써야 한다는 것입니다.축구경기가 관중도없는 텅빈 구장에서 벌어진다면 FIFA관계자들이 흥행을 우려,한국개최를 반대할 것이 뻔하니까요.
끝으로 시설확충에 노력해야 합니다.일본은 12개 도시에서 경기를 벌인다는 계획아래 요코하마에 신구장을 건설중이고 프로야구장인 후쿠오카 돔을 개조해 축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7백60억엔(약6천억원)을 들여 완공한 후쿠오카 돔은 5만2천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일본은 이런시설들을 보여주며 국제축구연맹을 설득하고 있는 중입니다.
-월드컵 유치위원회는 은근히 IOC부위원장인 金회장의 지원을바라는 눈치던데요.
▲월드컵유치는 국제축구연맹의 구조로 보아 전적으로 아벨란제 회장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봅니다.그렇다고 무작정 아벨란제 회장에게 매달리는 식의 전략은 곤란합니다.그가 한국을 선택할 수 있는 명분,즉 앞서 제시한 조건들을 충족시켜 주는 일이 시급합니다.아벨란제 회장에게 다른 임원들을 설득할 구실을 마련해줘야한다는 것입니다.이같은 조건만 성숙되면 저도 사마란치 IOC위원장이나 아벨란제 회장,IOC의 다른 유력인사를 설득하는 로비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겠지요.여건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끝으로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이 끝난후 한국스포츠의 국제화 방안등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대한체육회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부터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 대비해 시설보완과 경기력 향상에 주력할 생각입니다.특히 취약종목인 수영이나 육상의 수준향상을 위해 장기적 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마침 OCA가 실력평준화를 위해 중 국은 수영과육상,한국은 양궁과 태권도,인도네시아는 배드민턴등의 전지훈련장소를 마련하도록 정한바 있어 유망주들을 대거 중국에 보내 앞선기술을 익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태릉실내육상장을 완전가동할 수 있도록 하고 태릉선수촌도 보다 안락한 곳이 되도록 시설을 보완하는등 국가대표선수들의 복지에 힘쓸 계획입니다.그리고 황영조(黃永祚)선수도 요청했지만 태백산 1천7백m고지에 고지훈련소를 건설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모든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려면 문화체육부.체육진흥공단.
대한체육회가 삼위일체가 돼야 합니다.그동안 세 기구가 잘 협조해온 만큼 좋은 성과를 이루리라고 봅니다.애틀랜타올림픽 대비에만전을 기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 겠습니다.
[히로시마=權五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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