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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행정선진국은이렇다>1.처음부터 분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中央日報는 국내 교정행정의 문제점과 현안을 살펴본「구멍뚫린 교정행정」에 이어 선진외국의 교정시설및 제도에 대한 기자들의 현장 기획취재를 7회에 걸쳐 연재한다.
본지는 이를 위해 특별취재팀을 스웨덴.미국.영국.일본등 선진4개국에 10여일간 파견,40여곳의 교정시설과 보호관찰 실태를국내 최초로 본격 취재했다.
〈편집자 註〉 일본(日本)후추(府中)형무소는 죄질이 나쁜 B급 범죄자들을 주로 수용하고 있는 탓에 경비가 삼엄하고 소내규칙이 엄격한 중구금(重拘禁)시설이다.
이곳의 내부규정에는「수형자의 파벌과 인간관계를 잘 따져 수용할 곳을 정하라」는 항목이 있다.
야쿠자조직과 연관된 재소자들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 이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면 폭력조직 파벌을 파악하는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후추형무소에 수감된 적이있는 노나카(野中)씨가 형무소의생활상을 기록한『감옥사전』이란 책을 보면 폭력단 일원은 식당에서도 계파에 따라 식탁에 앉을 만큼 위계질서가 분명하다.가장 세력이 막강한 야마구치구미(山口組)는 여름에 선풍기 앞,겨울엔스팀옆등 제일 좋은 자리에 앉고 그 옆으로 교쿠도구미(極東組),마쓰바카이(松葉會),스미요시렌고(住吉聯合)등의 야쿠자 파벌이끼리끼리 몰려 앉는게 불문율이다.
또 야쿠자조직내의 위계질서는 교도소안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수감자중 오야붕(두목)급은 물 한컵 자기 손으로 떠먹는 법이없다. 폭력단 관계자가 출소하는 날엔 축하를 하러온 동료들의 고급세단으로 길이 막힐 정도로 한번 맺은 인간관계는 출소후에도끈끈하게 이어지는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3년전부터 수사기관으로부터 넘겨받은 폭력조직 계보에 따라 시설안에서도 재소자를 철저히 분리.수용해 조직원과의 연계를 끊는데 노력을 쏟고 있다.
다른 재소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폭력단 간부급은 예외없이 독방에 수용되며 같은 계파나 사회에서 적대적인 파벌의 조직원끼리는 같은 방과 작업조를 배정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모든 수형자는 1차로 범행의 우발성.계획성 여부,약물및 알콜중독정도,전과횟수등을 기준으로 교화 가능성이 높은 A급과 죄질이 나쁜 B급으로 분류된다.
도쿄(東京)의 경우 교통사고 사범등 과실범은 이치하라 개방형무소,A급은 시즈오카(靜岡)형무소,형기 10년이상의 장기수는 지바(千葉)형무소,B급은 후추(府中)형무소 또는 나가노(長野)형무소로 보내진다.재소자들은 형무소에서 다시 직업 훈련이나 학과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전문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등으로 나뉘어져 각자의 특성에 맞는 처우와 교화프로그램이 적용된다.
조직폭력.강도살인.마약밀매등 강력사범은 초중구금시설에서 엄하게 다스리는 반면 모범수들은 상대적으로 통제가 완화된 시설에 수용하는게 교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소년범의 경우에도 이같은 분리수용원칙이 적용된다.
소년범들이 집중 수용돼 있는 다마(多摩)소년원에는 학과 교육과정이 전혀 없는 대신 직업훈련을 주로 하고있다.학업을 계속하길 원하는 소년범들은 도치키(板木)縣기츠레가와(喜連川)소년원이나 군마(群馬)縣의 아카기(赤城)소년원으로 보낸다 .
그러나 출소후 다시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에 대해선 일반소년원이 아닌 요코스카(橫須賀)市의 구리하마 소년원 같은 특별소년원에 수용된다.특별소년원은 직업.학과교육 보다는 군대 훈련병과비슷한 교육과정을 통해 극기정신및 협동심을 키우 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다마소년원 수석전문관 미야모토 시로(宮本史郎)씨는『공부와 담을 쌓은 아이들에게 학업을 강요할 경우 교화는 커녕 부작용만 생길 뿐 아니라 공부하려는 다른 원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며 분류수용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미국(美國)역시 범죄의 전염을 막고 효과적인 교화를 위해 죄질.형기에 따라 범죄자들을 체계적으로 분리.수용하고 있다.
마약복용자.은행강도.테러범등 연방법위반 강력범들은 연방교도소에 넣고 주법(州法)을 위반한 형기 1년이상의 범죄자들은 주교도소,형기 1년미만일 경우엔 지방교도소에 각각 수용한다.
연방교도소는 탈주위험과 범죄횟수에 따라 울타리 없는 개방시설인 1급부터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경비원이 24시간 감시하는 초중구금 시설인 6급교도소까지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독방생활을 해야 하는등 통제가 심한 중구금시설에 수용된 재소자라 할지라도 수형생활이 모범적이라고 판단되면 곧 경비등급이 낮은 교도소로 옮겨진다.
연방교정국에서 재소자들의 인원변동이 생길 때마다 모든 교도소에 연결된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수용능력을 파악,재소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도소로 즉각 이동시킨다.
시설이 재소자의 특성에 맞게 분리되지 않는 한 아무리 재소자들을 분류해봐야 강력범과 잡범이 섞여 또 다른 범죄수법을 배워나오는 악순환이 게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鄭鐵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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