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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빛난 골드먼삭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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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금의 골드먼삭스는 1895년부터 1930년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JP모건을 연상케 한다.”

뉴욕 타임스는 19일 월가에 정통한 역사학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씨티그룹·메릴린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로 허덕이고 있는 반면 골드먼삭스는 올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그러나 “골드먼삭스가 언제까지 좋은 성적표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회사들의 모기지 관련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기서 더 돋보여=실적 부진으로 씨티은행·메릴린치의 최고경영자가 최근 바뀌었다. 그러나 골드먼삭스의 최고경영자 로이드 브랭크 페인은 지난해(5430만 달러)보다 더 많은 연봉(7500만 달러)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79% 늘어난 덕분이다. 물론 골드먼삭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1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씨티은행(137억 달러)·메릴린치(84억 달러)에 비해 매우 적다.

사실 골드먼삭스는 모기지 부실의 희생양이 될 소지가 가장 많았다. 이 회사는 주택담보대출 전문회사로부터 모기지 채권을 산 뒤 이를 기초로 유동화 증권을 만들어 헤지펀드에 파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그러나 골드먼삭스는 모기지 부실 위험을 빨리 감지하고 대비했다. 골드먼삭스 최고재무책임자 데이비드 비니어는 “지난해 말부터 모기지 관련 채권을 크게 줄이는 대신 손실에 대비해 고가의 보험을 들어둔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모기지 혼란 2009년까지 지속”=지난 7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금융회사의 손실이 500억~1000억 달러”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금융회사들이 손실로 발표한 금액만 500억 달러에 이른다. 심지어 도이체방크는 금융사의 총손실액이 4000억 달러, UBS는 4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마구잡이식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올해 초까지 계속됐기 때문에 모기지 연체율이 낮아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2009년 상반기, 일러도 내년 말까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관련된 금융시장의 혼란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통상 2년간 낮은 금리를 유지하다 그 이후부터는 고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대출 2년 뒤부터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진다. 따라서 올해 초 이뤄진 모기지의 부실은 2009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19일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금융시장의 위기가 내년 크리스마스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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