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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한국 부동산정책 자주 변해 정부보다 시장 믿고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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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9월 한국라파즈석고보드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올리비에 길뤼(43·사진) 사장은 한국의 부동산 관련 정책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반값 아파트, 분양가 공개 같은 이슈가 번갈아 등장하면서 시장을 전망하기가 힘들어요. 너무 급격히 변하는 것 같아요. 정책의 변화는 시장을 움직이는데, 정책 입안자가 이를 주시하는지 의문입니다.”

한국라파즈석고보드는 프랑스의 건축자재 세계 1위 기업인 라파즈 그룹이 1998년 동부·벽산 등의 석고보드 공장을 인수해 설립했다. KCC와 함께 국내 석고보드 시장을 양분한다. 지난해 220억 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올린 이 그룹은 국내에 석고보드와 시멘트 두 법인을 운영한다.

라파즈석고보드는 한국 내 건축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꾀한다. 2005년 이후 5000만 달러가 투입된 충남 당진2호 라인이 다음달 본격 가동된다. 울산, 전남 여수, 당진에 이은 한국 내 네 번째 생산라인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 초에나 생산이 가능했으나 석 달 앞당겼다.

길뤼 사장은 가동을 앞당긴 공로를 두 곳으로 돌렸다. 우선 한국 엔지니어들의 뛰어난 업무 숙련도다. 전 세계 라파즈 사업장에서도 인정한다고 한다. 여기에 투자계획서를 함께 만들고, 공장 증설이 어려움에 처하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충남도와 당진군 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곳 공무원 같은 열의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심각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정부 정책보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라며 “한국 석고보드 시장은 건축 시장의 활성화 등으로 매년 3∼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항균력과 소음 차단 기능이 뛰어난 석고보드에 대한 수요가 커져 전망이 밝다”고 덧붙였다.

길뤼 사장은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배럴당 유가가 급격히 뛰면서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석고보드 제품 가격의 절반은 에너지 값이에요. 유가가 90달러를 넘어서면 기존 제품에 대해 5∼6%의 인상 요인이 생겨요. 우리와 함께 일하는 협력업체들 역시 값을 제대로 올리지 못할 경우 경영의 어려움이 걱정됩니다.”

길뤼 사장은 프랑스 명문 폴리테크닉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88년 라파즈 본사에 입사했다. 92년부터 14년간 라파즈 태국 법인에서 일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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