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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제 이제는 한계 일본기업 인사정책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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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8면

「연공(年功)보다 성과(成果)를」.
종신고용과 연공서열(年功序列)을 뼈대로 해온 일본기업의 전통적 인사관행이 무너지고 있다.후지쓰(富士通).혼다(本田)등을 필두로 근무연수에 따라 봉급을 주는 종래의 인사.보수체계 대신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연공서열식 인사제도의 장점은 장래가 예측가능하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일본기업들은 연공서열제가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느끼고 있다. 연공서열제가 더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이유로는 세가지가 꼽힌다. 우선 연공서열은 지속적 성장을 전제로 한다.그러나 일본은고도성장기를 지나 안정기에 들어선지 오래고 지금은 유례없는 장기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연공서열제가 가능한 경제여건이사라졌다는 얘기다.
또 과거 선진국을 따라잡는 과정에서는 연공서열에 기초한 일사불란한 조직이 더 효율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남의 것을 베끼기보다 창조적 신제품개발에 기업의 사활이 걸린 경쟁시대에는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여기에 구태의연한 연공서열제는 오히려 조직의 활력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공서열제는 대량생산시스템에 적당한 것이다.똑같은제품을 만드는데는 경쟁보다 협력이 중시된다.그러나 소량다품종 생산시대에는 개성과 창의가 필수적이다.아무리 노력해도 연공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는 인사제도로는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게 일본기업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연공서열제의 대안(代案)인 연봉제가 만능의 해결책은 아니다.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업종이나 직책의 경우 평가의 객관성이 문제가 되고,상사에 대한 눈치보기가 극성을 부릴 소지가있다. 이 때문에 일본기업들은 연봉제와 함께 인사평가제도의 개선,인센티브제도등 다양한 보완책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인사혁명」사례를 들어본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미적지근한 발상을 타파한다」는게 새로운 인사제도의 목표다.이를위해 관리직에 대해서는 1백%능력주의를 적용,업적에 따라 최고와 최저간 연간수입이 3배까지벌어질 수 있는 인사.보수체계를 채택했다.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기평가→상사의 평가→평가내용 공개→면담.대화→다음 목표 설정」이라는 표준화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인센티브등 보완책 다양 ***아오야마(靑山)상사 가격파괴를 선도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유통업체 아오야마상사는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철저한 실적주의다.학벌이나 나이를 따질것 없이 1인당 매출액이 인사평가의 유일한 기준이다.승진도 매출목표 달성여부에 따라 결정되고 보수도 마찬가지다.이를위해 모든 매출기록을 인사부에서 일원적으로 관리한다.
***산와(三和)은행 일본 도시은행(시중은행)가운데 수익력이가장 높은 이 은행의 인사제도는 실력주의를 모토로 한다.
대표적인 예가 시험제도.승진은 물론 사내공모자격도 시험을 통해 결정된다.근무연한보다 시험을 통한 객관적인 평가로 행원들의경쟁을 유도 한다는 것이다.사내 공모제는 일본은행 가운데 처음도입한 것으로 해외근무.펀드매니저.금융파생상품담당.신상품개발담당등 전문직을 공모를 통해 선발하는 제도다.이 제도를 통해 개인의 아이디어와 능력이 곧바로 실전에 활용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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