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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臟器) 복제 길 한국인이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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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胚芽)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개가를 올렸다.

난치병 치료의 관건이 되는 줄기세포 배양은 지금까지 동물의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이식하는 방법이 사용돼 왔으나 사람의 세포와 난자를 이용해 처음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세계 의료계는 이식거부와 윤리문제를 동시에 뛰어 넘어 각종 장기를 이용한 난치병 해결에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예컨대 당뇨나 심장병 등 수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가 줄기세포를 이식받으면 이 세포가 환부에서 정상세포로 자라나면서 병이 완치되는 식이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12일 인터넷 속보를 통해 한국 연구진이 복제기술의 꽃으로 불리는 사람 간 핵이식을 통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와 서울대 의대 문신용 교수 등 14명이다.

사람 사이의 핵이식이란 수정되지 않은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여기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옮겨 심는 기법이다. 이렇게 탄생한 인간 배아를 4~5일 동안 시험관에서 배양해 얻은 줄기세포가 곧 인간 배아 줄기세포가 된다.

연구진은 병원임상관리위원회의 승인과 16명의 여성에게서 동의를 얻어 한양대병원 등에서 건강한 난자 2백42개를 추출, 핵을 제거한 뒤 자원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했다. 70여 단계의 과정을 거친 뒤 줄기세포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를 통해 얻은 인간 배아 줄기세포는 ▶이식거부 반응이 없는 세포와 장기를 무한정 얻을 수 있고 ▶윤리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꿈의 복제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난치병 치료용 줄기세포 연구는 동물의 난자에 환자의 핵을 이식(異種 사이의 핵이식)하거나 불임부부들이 남긴 잉여 냉동 수정란을 녹여 줄기세포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동물의 난자를 이용할 경우 윤리적 문제가 제기돼 왔다.

黃교수는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만든 인간 배아 줄기세포는 이식거부 반응이 전혀 없으므로 당뇨.관절염.파킨슨병 등 난치병 치료에 신기원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 연구진, 내일 美서 회견

국내 연구진은 1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각국 언론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줄기세포=뼈와 혈액.심장 등 구체적인 장기 세포로 자라기 직전에 분화를 멈춘 수정 초기 단계의 세포를 말한다. 환자에게 필요한 종류의 세포로 시험관에서 얼마든지 대량으로 배양할 수 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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