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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3㎏의 소포 … 진실의 무게는 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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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경준(41.구속)씨는 국내 송환 직전인 12일 로스앤젤레스(LA) 연방구치소에서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면회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김씨는 칫솔과 치약과 같은 생활용품이 든 가방과 읽던 책 같은 소지품만 빼고 감옥에 보관 중인 서류 박스를 통째로 가족들에게 넘겨 줬다"고 전했다. 19일 김씨의 변호인인 박수종 변호사의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 배달된 두 개의 국제우편물은 이들 자료일 가능성이 있다. 면회 다음날(13일)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과 부인 이보라씨가 이들 자료를 챙겨 박 변호사에게 보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리카 김의 소포를 배달한 한진택배 관계자는 "통상 국제택배는 2~3일 내 도착하지만 지난 주말(17, 18일) 변호사 사무실에 수신자가 없어 월요일에 배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에리카 김은 LA 윌셔가 사무실에서 한진택배를 통해 큼지막한 흰색 종이박스를 부쳤다. 무게만 10.43㎏이 나간다. 같은 날 이보라씨가 LA에서 페덱스(FedEx)로 보낸 것은 서류봉투다.

변호인에게 보내진 것인 만큼 김씨가 미국에서 주장한 대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BBK의 관계를 입증하는 '이면계약서'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김씨는 8월 14일 LA 연방구치소에서 국내 한 언론에 현지 변호인을 통해 서류가 가득 담긴 상자와 파일들을 내보였다. 당시 "이명박 후보가 LKe뱅크 지분을 100% 갖고 있으며, 자회사인 BBK와 e뱅크증권중계(eBK) 지분 모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자료"라며 30쪽짜리 주식매수계약서를 꺼내 보여 줬다고 한다.

김씨는 또 'BBK는 LKe뱅크의 자회사' 문구가 포함된 2000년 5월 15일 하나은행을 상대로 한 LKe뱅크의 투자유치 2차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LKe뱅크 계좌로 BBK의 역외펀드상품(MAF)을 거래한 내역서도 내보였다. 모두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조작을 벌인 BBK와 이 후보가 설립한 LKe뱅크가 직접 관련이 있다는 내용들이다.

김씨는 이 같은 자료들을 미국으로 도피한 지 수개월 뒤인 2002년 3월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해 미국에서 건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은 "소위 이면계약서와 BBK 개정정관은 김경준씨가 위조한 것"이라며 "하나은행 설명자료의 문구도 김씨가 임의로 넣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도 "김씨가 LKe뱅크의 공동대표로서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계좌를 멋대로 만들어 저지른 범행"이라는 것이다.

◆에리카 김.이보라 귀국 못하는 이유=에리카 김과 이보라씨는 모두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있어 한국에 들어오기 힘든 처지다. 김씨와 함께 공범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에리카 김은 동생 김씨와 함께 BBK USA와 미국 현지에 옵셔널벤처스 본사를 설립해 해외펀드를 통해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에 주가조작 혐의를 받을 수 있다.

또 미국에서 이와 별도의 사건으로 형사기소돼 현재 캘리포니아주를 벗어날 수 없는 상태다. 미국 연방검찰은 8월 24일 에리카 김을 불법 자금세탁과 공문서 위조를 포함한 4개 혐의로 기소했고, 김씨 본인도 혐의를 모두 시인해 내년 2월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보라씨는 남편 김씨가 운영한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직원들에게 회사 자금 횡령 및 주가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검찰 수사기록에 등장한다. 이씨가 회사 자금 384억원을 현금으로 전액 인출해 다시 계좌에 입금하도록 부하직원들에게 지시하는 과정에서 반발하는 직원이 해고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효식.최선욱 기자

▶ 서울중앙지검 10층의 김경준, 카메라에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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