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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돌고래 철벽수비 김용국.김성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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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지난 77년 대구시내엔 「야구도사」로 불리는 두 소년에 대한얘기가 파다했었다.
경상중 3학년인 둘은 다른 또래에 비해 야구가 한 수 앞서있다고 했다.당시 경상중감독 도성세(都聖世.현 영남대감독)씨에게기본기를 배워 기초가 탄탄했고 센스는 고등학생보다도 나았다.
대구상고 감독이던 정동진(丁東鎭)현 태평양감독은 이 둘을 스카우트하면 전국무대가 두렵지 않다고 판단,둘에게 대구상고 유니폼을 입혔다.
두 명의 가세로 탄탄한 내야를 갖춘 丁감독은 이들 외에 외야에 이강돈(李康敦.한화).이종두(李鍾斗.삼성)를 스카우트했다.
야구도사로 불리던 둘은 「머리로 야구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남들보다 체격이 작았고 힘도 모자랐지만 지는 법이 없었다.
대구수창국민학교때부터 유격수와 3루수로 한솥밥을 먹어 호흡이잘 맞았고 둘다 지기를 싫어했다.결국 대구상고는 봉황기에서 4강에 올랐다.
고교를 졸업하면서 둘은 10년만에 헤어졌다.3루를 보던 「김반장」은 한양대로 가고 유격수를 맡았던 「갭이」는 건국대로 갔다.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데뷔하면서 4년만에 둘은 삼성에서 다시 만났다.
하지만 재회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1년만에 「갭이」가 빙그레로 트레이드된 것.「갭이」는 91년 빙그레에서 태평양으로 다시 옮겼다.「갭이」는 92년 정동진감독이 태평양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옛스승을 다시 만났다.이제는 「김반장」이 합류할 차례.때마침 김반장은 삼성에서 신진선수들에게 밀리고 있었다.
정동진감독은 이 둘을 다시 묶어보고 싶었다.결국 올시즌 「김반장」이 합류,셋은 대구를 떠난지 15년만에 인천에서 다시 만났다. 「갭이」는 태평양의 첨병 노릇을 하고있는 김성갑(金性甲)이고 「김반장」은 핫코너를 지키고 있는 김용국(金用國)이다.
둘은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창단 최초로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기 위한 선봉에 서고 있다.
둘의 활약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丁감독은 전혀 의외라는 표정이 아니다.그저 17년전 「야구도사」로 불렸던 이들의 활약이 당연하다는듯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李泰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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