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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47명 생활비까지 대는 철도노조 파업 유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조상수 철도노조 상황실장은 16일 "정부나 이철 철도공사 사장의 태도가 완강한 반면 (노조)내부를 점검해 보니 파업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재정비 차원에서 파업을 유보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날 오전 4시로 예정됐던 철도노조 파업 때문에 생길 뻔했던 교통난에 대한 걱정은 사라졌다. 철도노조가 노사 협상에서 성과를 얻지 못한 채 파업을 유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철도공사 김학태 홍보실장은 노조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정부와 사측이 원칙을 정하고 그대로 밀어붙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불법 파업 시 참여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해 왔다.

노조는 특히 해고자 복직과 손배소 취하를 강하게 요구했으나 사측은 "노조가 불법 재발 방지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 한 논의는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노조는 홈페이지에 "사측이 중노위 중재 재정을 근거로 범정부 차원의 불법 파업으로 몰아 가는 상황"이라며 파업 유보 이유를 설명했다. 최재길 건교부 철도기획관은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이 역대 최저치인 53%밖에 안 돼 파업 내부동력을 모으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원은 "계속되는 손해배상 소송으로 노조 살림이 빡빡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또 파업을 했다가 소송을 당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파업에 부정적인 조합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2003년 불법 파업에 대해 지난해 24억원의 배상판결을 받은 데 이어 2006년 파업에 대해서도 51억원을 공사에 물어줘야 할 처지다. 철도노조는 한 해 100억원 가까운 조합비를 걷고 있지만 해고자 47명의 생활지원금까지 부담하는 등 재정이 넉넉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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