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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매일 굴리는 돈 수십억 달러 하루에 7천만~1억원 벌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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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4일 오후 서울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19층 딜링룸. 구길모(39·사진) 외환운용팀 선임 딜러의 얼굴은 지쳐 보였다. 외환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3시까지 쉼 없이 달러와 원화를 놓고 ‘사자’ ‘팔자’ 주문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책상 앞에 놓인 네 대의 모니터와 네 대의 전화 역시 잠시도 쉬지 못했다. 그는 이날 총 26억 달러어치의 외환거래를 했다. 벌어들인 돈은 7000만원가량. “손해는 안 봤지만 거래액에 비해 큰돈은 못 벌었어요. 헛심만 쓴 셈이죠.” 이 정도 거래면 1억원은 넘게 벌어야 했는데 오후에 달러를 잘못 팔아 7000만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실탄’이 얼마나 되느냐”는 물음엔 “비밀”이라며 웃었다.

그는 “요즘 딜러들의 외환 매매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주가 움직임”이라며 “또 (장사가 잘돼 외화를 잔뜩 들여오는) 조선·중공업 업체의 동향도 민감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주식을 많이 팔면 ‘돈을 빼 가려면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하니, 달러 수요가 많아지겠다’고 분석하는 식이다.

요즘처럼 원-달러 환율이 900선에서 오르내리는 민감한 시기엔 환율 당국의 동향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당국이 개입하면 환율이 올라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구 차장은 “외환거래도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매매 결정 요소도 유행을 탄다”고 말했다. 요즘 딜러들이 ‘주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과거에는 ‘유로 환율’의 움직임이 중시되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특별한 이유도 없다”며 “그때의 유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는 900원 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말 장중 한때 900선이 무너졌다 반등하며 저점을 확인했고, 환율 당국이 900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놔두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 같은 하루살이 인생에겐 사실 장기 전망보다 ‘하루 변동 폭’이 더 중요하다”며 “그래야 딜러로서 ‘살아 있음’을 느끼는 데다 먹을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외환딜러모임이 주는 ‘최우수 딜러상’을 받기도 한 그는 “딜러에겐 판단력과 순발력이 제일 중요하다”며 “그 바탕은 체력”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오전 7시쯤이면 회사에 나와 30~40분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도 가능한 시간을 내 몸을 다지는 이유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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