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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순위바뀌고있다>좌담-경쟁통한 特性化가 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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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中央日報의「대학순위 바뀌고 있다」란 대학평가 특별기획이 3개월여의 작업끝에 연재를 끝내고 편람형태의 단행본으로 출간을 앞두고 있다.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것인데도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이번 작업은 우리 대학들에 경쟁을 통한 질적 향상 및 특성화 유도를 위한 커다란 자극이 됐음이 각계각층의 반응을 통해속속 확인되고 있다.또 일부 반론도 없지 않았으나 통념적인「대학서열」에 대한 편협되고 고정된 시각을 바로 잡아가는 첫 작업에 절대다수의 뜨거운 격려가 계속되 고 있다.이번 평가의 의미와 앞으로의 개선방향 등을 주제로 평가대상자인 대학경영인과 대학정책을 다루는 당국자,대학교육 품질의 소비자라 할 일선 고교장이 한자리에 모여 좌담회를 가졌다.
[편집자註] ▲사회=불충분하나마 中央日報의 대학 성적매기기 작업이 첫 매듭을 지었습니다.
여느 분야처럼 급격한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신을 거듭하면서도 유독 변함없이 입학생들의 성적순에 따라 관례적으로 매겨지던 낡은 대학서열의 껍질을 각종 객관적 지표를 통해 벗겨보기 위한 기획이었습니다.사회의 공기(公器)인 대학의 분야별 장단점과 내실을 일반에 알리고 대학당국에 더욱 분발을 촉구하자는 것이었죠. ▲李총장=두말할 필요없이 상당한 자극이 됐습니다.대학의 질 향상 및 내실화 노력에 큰 기폭제가 됐고 대학평가의 중요성도 잘 부각시켰다고 봐요.
특히 교육여건에 대해 사회적으로 주의를 환기한 점,그리고 이같이 방대한 작업을 6월부터 시작해 석달만에 효율적으로 완수했다는 것은 비록 다소 거친 점이 있긴 하지만 놀랍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의 서열에 의거해 대학을 보는 사회통념에 이의를 제기하고 대학교육여건에 주의를 기울이게 했다는 점에서 호응이 큽니다. 대학간 경쟁을 촉진해 결국 대학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란게 교내외 반응입니다.
▲嚴교장=저 역시 훌륭한 기획이라고 느꼈습니다.저희들은 진학지도하는 입장에서 곤혹스런 일이 참 많습니다.학생들이 지원할 대학과 계열.학과를 선택할 때 적성이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순전히 모의고사나 수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 대학을 정하려 합니다.세칭 일류대를 고집하며 막무가내죠.
가령 인문계의 1등이 법대에 가지 않으면 자존심을 상처받는 것으로 착각합니다.그러다 실패하고 실수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대학별 교육여건 등을 자세히 분석해 준 것이 진학지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특히 학부모들에게 아주 중요한 지표가 될 겁니다.
▲李실장=교육부의 대학정책목표중 하나인 자율화는「평가」라는 짝이 꼭 같이 따라와 줘야 평행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평가가동반되지 않고 자율만 부여된다면 대학측에도,교육소비자한테도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대학교육의 질 유지를 법률적 수단으로 강제해 어떤 점에서는 대학에 보호막이 됐고 소비자에게도 그랬습니다.이제 자율화로 그 보호막은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그래서「자율을 주면 대학이 엉망이 되지 않겠느냐」는 걱정들이 많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선 믿을 수있는 평가기관에서 대학의 내실도를 국민에게 알려줘야 합니다.그래야 대학도 스스로 질 유지를 위해경쟁하게 되고 교육소비자도 대학을 골라서 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언론이 대학평가작업을 시도한 의의는 매우 크다고 봅니다.
▲사회=지난 23일 첫 회를 보도하면서 전제했듯 계량화.수치화가 불가능해 평가대상에서 불가피하게 제외한 분야가 있고 또 일부 분야에선 자료의 부족 등으로 미흡한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앞으로 매년 작업을 정례화하면서 새로운 방식과 척도를 보완.개발해나갈 계획입니다.
▲李총장=평가방법의 타당성 검토,그리고 자료에 대한 검증이 미흡했을 것으로 봅니다.스스로 밝혔듯 개별 대학의 특수성이 망라되지 못한 점은 보완돼야 할 점입니다.
가령 우리 대학의 경우 세계적인 미술가를 많이 배출했으나 그같은 문화.예술적 수준은 소홀히 취급된 아쉬움도 있습니다.또 기초과학분야의 국제학술지 논문실적을 집계한 대목에서도 물리.화학과가 없이 공대만 개설돼 있어 불리한 평가를 받 았지요.
다른 대학도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겁니다.이러한 부분에 대해 연재마다 전제를 하며 고민한 것에 공감하고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더 발전돼야 할 여지가 있습니다.연례사업화계획은 환영합니다.
▲嚴교장=첫 시도였기는 하지만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좀 더 상세한 자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계열별로,장차는 학과별로 교육여건을 제시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 욕심같아선 앞으로 펴낼 편람에서는 개별 전공교수들의 논문실적 등 교수 개개인의 능력이나 업적 같은 것도 포함됐으면 합니다.대학의 이름보다는「어느 교수밑에서 공부하겠다」는,즉 교수를 보고 대학을 고르는 시대가 올 것에 대비해서 말입니다.
▲李실장=中央日報에서 시작했지만 평가도 첫 걸음이고 자율화도첫 걸음입니다.
평가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첫째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보장돼야하며 그러기 위해선 자꾸 평가를 반복해나가면서 신뢰성을 높여가야 합니다.
둘째는 더욱 정밀해져야 합니다.교수 수나 교사(校舍)확보율 같은 외형적인 것 외에도 실질적인 실력이랄 수 있는 부분까지 계량화할 수 있도록 세련화.정밀화해야 합니다.
대학들이 외부기관의 평가를 못마땅해 하는 이유도 자료에 대한신뢰가 부족한데다「이러한 척도가 아니라면 더 나은 성적을 받을수 있을텐데…」하는 생각들 때문일 겁니다.
셋째는 평가척도의 다양화입니다.아무래도 이공계는 객관적 역량평가가 용이하며 인문계나 예술계는 오히려 작업량이 질(質)과는반(反)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현지실사를 통한 주관식 평가도 상당히 일반화돼 있습니다. 이번에 교육부의 국책공대 선정과정에도 이같은 방식이 일부 도입되긴 했지만 계량화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평가를 위해 앞으로 계속 개발돼야 할 방식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전문가집단이 훨씬 두터워져야 겠지요.
▲嚴교장=평가의 다양화에 덧붙이자면 지금 우리 대학은 특성화가 되어있지 않습니다.어느 대학이든 서울대와 똑같이 하려합니다.심지어 입시일정이나 시험과목까지 같아야 한다고 생각들 하지요. 앞으로 대학은 각자 기능과 역할을 분담해야 합니다.연구인력양성대학,사회 중견실무인력 육성 대학,또는 일반 교양만 가르치는 교양대학도 필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평가도 대학의 개성적이고 역할분담적인 기능을 염두에 둬 보다 다양화돼야 합니다.서울대와 똑같이 하려다 꼴찌하는 대학이 나오지 않도록 말입니다.
***인성교육 평가도 ▲李실장=교육부내에서도 자율화정책과 평가를 병행하겠지만 평가기관도 더 다양화돼야지요.中央日報뿐 아니라 권위가 공인된 여러 사설기관에서 평가가 나와 각기 중점을 두는 부문을 달리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어느 기관은 자연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평가하고,다른 곳에선 예술분야를 전문적으로 맡을 수 있겠지요.
또 한편에선 비록 계량화는 어렵겠지만 인성교육을 잘 하는 대학을 평가한다거나 각 대학이 밝힌 발전계획의 달성도등을 점검할수도 있고….그렇게만 된다면 상당히 좋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교육부도 이들의 평가결과를 참고할 수 있고,일선에서는 진학지도에 활용하고,산업체도 사원채용이나 대학에 대한 자금등 지원때이를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될겁니다.
여러 평가기구가 여러 척도로 평가하다 보면 신뢰성이 떨어지는곳은 외면받게되는 시대가 급속히 오게돼 더욱 공정하고 객관적인평가를 하게 되겠지요.
▲李총장=동감입니다.평가기구의 다양화와 함께 각기 평가에 차별성과 독립성이 있어야 합니다.대교협(大敎協)이 올해부터 시작하는 대학평가와 이번 中央日報의 평가는 각종 지표에 대한 가중치.평가영역등이 달라 차별성이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82년부터 오랫동안 작업을 준비하고 진행해온 대교협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움을 느낄 겁니다.생각같아선 대교협의 평가결과가 나오면 이를 보도하면서 中央日報가 나름대로 평가각도를제시하면서 이번의 평가결과를 함께 발표했다면 상 호보완적 성격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보다 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방식을 계속 연구해나가면 더 좋을 겁니다.
▲嚴교장=학부모들과 교사들의 호응과 관심이 무척 큽니다.
교육여건이 어느 정도인가는 물론이고 교수는 연구중심인지 수업중심인지,학생지도에 얼마나 열의가 있는지,어느 대학이 취업알선이나 취업정보 제공에 얼마만큼 적극적인지등도 무척 궁금합니다.
이런 것들까지 아울러 확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능력도 없으면서 연구중심 대학으로 욕심을 내는 대학보다 뚜렷한 목표를 가진 개성있는 대학이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면 결국 입시과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조사하면 큰 도움이 될것입니다.
***대학도 정직해야 ▲李총장=문제는 대학들이 내놓는 자료의정직성입니다.또한 공정한 룰에 의해 경쟁이 이뤄져야 합니다.기대한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정직하게 속을 보여야 합니다.정직한 대학이 손해봐선 안됩니다.
교수 연구부문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덧붙이자면 교수의 평가를 1백% 논문실적으로 매기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역량이나 봉사역할을 평가하는 방식도 찾아야 합니다.미국 대학사회에서도「연구만 하는 사람은 교수가 아니 다.봉사와 교육기능을 더 평가해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있어요.교과목 구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요.
▲李실장=中央日報나 대교협이외에도 앞으로 평가는 계속 나올 것입니다.크고 역량있는 대학일수록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평가가 나오면 아파하는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그러나 대학측이공개하는 자료의 정직성과 평가결과에 대한 겸허한 수용은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하겠지요.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자신감,발가벗고 평가받겠다는 당당함이 갖춰져야 합니다.
교육부도 국민의 기구이므로,또 정확한 정보의 공개를 위해 대학에 대한 자료요청이 있으면 제공할 것입니다.그러나 대학들이 보다 넓은 수용태세를 갖추게 하려면 오랜 준비작업을 해온 선두평가기구인 대교협의 축적된 기술을 교환하는 방법 도 좋을 것입니다. ▲李총장=사실 개인적으로 수년간 평가에 반대해왔습니다.
충분한 사전준비가 없는 성급한 평가에 대해서 말입니다.몇만명씩되는 학생과 졸업생들은 정신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이제 평가를 왜 하느냐고 항 의할 때가아닙니다.평가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는 끝났다고 봅니다.
이번 평가를 계기로「그것 봐라.물려받은 건 허명(虛名)이었지않느냐」는 비판이 여러 대학에서 일고 있습니다.
얼마나 큰 자극입니까.냉정히 교육여건이나 교육내용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힘쏟아야 합니다.
▲嚴교장=사립고교장으로서 사립대학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일류를 지향하되 사회발전을 위해 보다 더 특성있고 개성있는 대학을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립대는 건학이념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대학의 서열화는 못마땅해 하면서 심지어 입학시험과목까지 서울대를 좇아가는 것은 스스로 서울대 뒷줄에 서버리는 행위입니다.
대학의 기능과 역할의 다양화야말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고른 양성,그리고 대학들이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하루빨리 여건에 적합한 특성화를 추구하는 노력들이 이뤄지기를기대합니다.
[정리=權寧民기자] 李勉榮:홍익대총장 嚴圭白:대한사립중고교장회장 (양정고교장) 李泰秀:교육부대학정책실장 (서울대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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