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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우리 펀드는 로또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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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래에셋의 박현주(사진) 회장이 입을 열었다. 14일 갑작스레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다. 최근 20여 일 동안 4조 이상의 돈을 끌어 모은 인사이트펀드가 단연 화제였다. 그는 또 1시간 40분 가량 시중에 나도는 루머들도 적극 해명했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인사이트펀드가 일부에서 ‘몰빵펀드’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한정된 기업이나 지역에 자산을 몰아넣는 것이 ‘몰빵’이다.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이 펀드를 어떻게 ‘몰빵’이라 할 수 있겠나. 인사이트펀드는 적극적인 자산 배분을 통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상당히 안정적인 펀드다.”(※박 회장은 “지금의 위치까지 와서 왜 무리한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단시간에 너무 많은 돈이 몰렸는데.

“조금 천천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자금 유입 속도가 많이 줄었다. 로또로 생각할까 걱정이다. 만약 인사이트펀드가 안 나왔다면, 중국펀드 ‘몰빵 현상’이 더 심해졌을 것이다. 최근 중국·홍콩 증시 급락으로 많은 투자자가 손해 봤을 것이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생각인가.

“미래에셋의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쟁력 있는 기업에 투자할 생각이다. 초반에는 안정적으로 운영한 뒤 어느 정도 수익률이 나면 적극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우선 연말까지는 주식으로 채울 것이다. 전체 자산 중 한국 비중은 10% 정도 제한할 생각이다.”

-인사이트펀드는 목표 설정액이 없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과장된 점도 있는 것 같은데.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려면 펀드가 일정 규모가 돼야 한다. 인사이트펀드도 판단에 따라 주식을 0%로 가져갈 수도 있다.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중국 관련주 등 미래에셋이 사면 주가가 오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 관련주는 미래에셋이 사서 올라간 것이 아니다. 우리도 현대중공업을 7만원대에 샀다. 그런데 중국이 좋았기 때문에 올라간 것이다. 한국의 중국 관련주들보다 중국에 있는 종목이 더 올랐다. 우리나라 중국 관련주들도 많이 오른 것이다.”(※그는 “운이 좋았다”는 표현도 했다.)

-갑자기 펀드 환매가 몰릴 우려는 없는가.

“한국의 펀드 규모가 튼튼해졌다. 한국 투자자들은 대단히 똑똑한 사람들이다. DNA가 대단한 민족이다. 지금 부동산·예금에서 펀드로 넘어오고 있다. 자금이 수익이 나는 곳으로 흐르는 것이다.”

-미래에셋으로만 너무 많은 돈이 쏠린다고 한다.

“한국 시장에서는 크게 보이더라도 국제무대로 가면 아무것도 아니다. 외국엔 30조~40조원 규모의 펀드도 많다. 미래에셋이 세계 자산운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밖에 안 된다. 인사이트펀드가 성공하면 미국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해 아시아 주식을 적극 소개할 생각이다.”

-미래에셋 펀드 매니저들이 불공정하게 먼저 주식을 사는 선행매매 소문이 있는데.

“미래에셋에서는 그런 일이 절대 있을 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해당 매니저는 금융감독원에서 은퇴시키지 말라고 해도 은퇴시킬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매우 서글프다. 리스크가 있는 직원은 나 자신이 직접 밀어낸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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