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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3.행정도 서비스업 質로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총무처는 지난 5월 민원실이 있는 전국 4백6개 행정기관.경찰서중 서울 송파구청을 「93년도 최우수기관」으로 선정했다.
송파구청 민원실은 과거 뒤쪽 한켠을 차지하고 목에 힘을 주던간부들의 책상도 모조리 민원창구 앞쪽에 배치해 놓고 민원인들을맞이하고 있다.
민원실직원들은 일을 시작할 때와 끝낼 때 하루 두 차례「다짐」과「반성」을 한다.
『어떻게 해야 민원인들의 마음이 편안해 질 수 있을까』『어떤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새로운 형태의 민원실 운영으로 송파구청은 정상에 올랐고 전국의 공무원들은 이 민원실을 교과서로 삼으려고 지금도 끊임없이 이곳을 찾고 있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이 민원실은 하루종일 항의하는 민원인들의성난 목소리, 거드름 피우는 직원들과의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몸에 젖은 공무원들의 불친절과 권위주의는 지방자치의 새 바람이 불면서 변화를 요구받게 됐다.
주민을 고객으로 때로는「왕」으로 모시겠다는 송파구청의 의지는작년12월부터 시작한 독특한 민원보상제로 나타나고 있다.
행정기관의 실수로 두 번 또는 세 번 서류를 다시 떼러 오는민원인들에게 시간적.정신적 보상을 조금이나마 해 주겠다는 취지다. 『본의 아닌 사무착오로 걱정과 번거로움을 끼쳐 송구스럽게생각하며 저희 송파구 모든 공무원들은 더욱 주민 봉사에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구청장은 해당 민원인을 청장실로 정중히 「모셔」이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전달하고 판공비에서 교통비 5천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행정도 상품이다-.」 송파구청 김성순(金聖順.54)청장은 『행정은 서비스산업』이라고 외치며 행정품질의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자치단체끼리 행정품질경쟁을 벌이는 풍토가 돼야 지역도발전하고 국력도 신장될 수 있습니다.』 88년 설립된 송파구청의 제2대 청장으로 93년4월 취임한 金청장은 우선 관료주의의묵은 때를 벗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金청장은 궁리 끝에「안방에 동사무소」를 차렸다.
잠실동.가락동 15개 아파트단지 1만여가구의 안방에 인터폰만들면 곧바로 동사무소와 통화되는 「우리집 인터폰」을 설치,주민들이 각종 민원서류를 떼고 생활상담까지 하도록 한 것이다.
송파구청이 또 하나 자랑스럽게 내놓고 있는 것은「소나무통신」. 송파구청은 작년11월 한국 PC통신 하이텔을 이용,소나무통신을 개설하고 이 컴퓨터망을 통해 주민의 불만 등을 소화하고 있다. 金청장은 아침7시반 출근과 함께 집무실에 설치된 소나무통신의 단말기앞에 앉아 밤새 들어온 민원사항들을 점검한 뒤 하루를 시작한다.
하이텔에 가입한 「민원의 실핏줄」인 6천여 주민들은 수도관 파열부터 가로등 훼손까지 관내의 크고 작은 민원들을 컴퓨터로 직접 청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주차단속 5분예고제,주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여직원순찰반,최근 문을 연 장애인전용 운전연습장,송파노인복지회관건립,노인들로 구성된 실버악단과 실버합창단,어린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한 폐타이어 어린이공원 등은 송파구청이 본격 자치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려고 내놓은 회심의 「첨단상품」들이다.
경기도 과천시는 뉴코아백화점과 제일쇼핑 로비에 「민원서비스코너」를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주민등록등본을 비롯한 각종 민원서류를 떼어주고 있어 주민들은「서류도 떼고 쇼핑도 하는」일석이조의 혜택을 누린다. 이 코너는 지난 92년11월 설치된 후 지금까지 모두 7천6백10여건의 서류를 발급했다.
자치행정의 모델이 되고 있는 일본 이즈모(出雲)시에서 오래전창안해 실행해 오고 있는 것을 과천시에서 빌려온 것이지만 시민을 위한 서비스정신이 배어있다.
『어느 창구에서나 원하는 민원업무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작년12월부터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부천시의 「민원박사제도」. 민원인들이 인감증명,주민등록등.초본에서부터 해외여행,병무서류에 이르기까지 23종의 각종 서류를 어느 창구에서나 떼게 한 제도다.그동안 분야별 담당자가 서로 달라 민원인들의 불편을 사던 행정편의주의를 과감히 뜯어고쳐 전 직원이 모든 민원을 다 처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민의 편으로 자리바꿈을 한것이다. 「민원박사제」의 도입으로 나태와 안일에 젖어 있던 공무원들은 한 가지 분야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되면서 점차 긴장속의 활기를 느끼고 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자치단체들이 주민 위에 군림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주민을 위하는 이 작은 행정서비스의 몸짓들은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지방화시대의 봄을 알리는 꽃망울이 되고 있다.
[특별취재팀.정리=方元錫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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