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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갈매기’ 로 과학 골든 벨 울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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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아이 키우랴, 학교 공부하랴 바쁘긴 하지만 틈틈이 과학 상식을 익히며 퀴즈를 푸는 즐거움이 커요. “

 과학기술부 주최 ‘주부 과학 퀴즈 골든 벨’ 대회가 열린 10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교정에서 골든 벨을 울린 박주연(34·사진)씨. 그는 두 살짜리 아들을 둔 주부이자 커리어 우먼을 꿈꾸는 모 대학 화학과 박사과정의 과학도다. 박씨는 이날 ‘주부 과학 퀴즈 왕’에 오르면서 과학기술부장관상과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시상식에서 사회자가 과학기술부장관상을 받으면 취업에 가산점을 받는다고 한 말이 가장 기분 좋았다”며 “가산점을 적용하는 직장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기 전 취업하기 위해 꽤 많은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번번이 떨어진 기억 때문이란다.

 박씨는 공부에 지쳐 인터넷, 신문을 볼 때 과학 상식 코너가 있으면 눈길이 저절로 간다.과학도답게 과학 상식을 습득하는 게 재미있어서다. 그런 그도 지난해 첫 대회에 참가해 고배를 마셨다.

박씨는 “지난해 탈락하긴 했지만 문제의 유형이나 난이도를 알 수 있었던 것이 소득이었다”며 “그 경험이 이번에 골든 벨을 울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씨의 취미 중 하나는 과학 관련 사이트를 찾아 과학 행사와 과학 상식 관련 문답(Q&A)을 보는 것이다. 과학 상식을 얻는 창구는 신문과 인터넷,과학 교양서적이다.가장 자신 있는 문제는 그의 전공인 화학 분야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두번이나 탈락의 위기를 맞았다. “13번과 34번 문제를 틀려 두 번이나 퇴장할 때 골든 벨은 물 건너갔구나 생각했어요. 다행히 패자부활전으로 다시 올라와 골든 벨을 울리게 돼 정말 기쁩니다.”
 박막 TV의 한 종류인 PDP TV에 사용하는 가스의 이름이 무엇이냐를 물은 13번 문제를 풀 때 남아 있던 선수는 18명. 이 문제에서 박씨를 포함해 10명이 탈락했다. 주최 측은 여기서 퇴장 당한 선수 전원에게 다시 재기의 기회를 줬다.

 그에게 행운의 골든 벨을 울리게 해 준 문제는 “이 새는 몸길이 46㎝의 중간 정도 크기로 머리와 가슴·배는 흰색이고 날개와 등은 잿빛입니다.‘독도 지킴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이 새는 무엇입니까?”였다. 답은 ‘괭이갈매기’였다.퀴즈 대회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최종 골든 벨 문제에 도전한 사람은 박씨를 포함해 두 사람이었다. 경쟁자는 오답을 적고 말았다.

 이날 대회는 고교생 골든 벨 퀴즈대회처럼 50문제를 맞춰가다 한 문제라도 틀리면 퇴장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선수는 전국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100명의 주부들이었다. 올해로 두 번째 열렸다.

 그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기업에 취직해 새로운 기술 개발을 하고 싶어한다. 박씨는 “취업 시장에서는 나같이 주부이자 만학도이고 여성이라는 점은 블랙리스트 0순위라고들 하는데 그런 장벽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털어놨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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