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고 문제 학부모에도 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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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3일 김포외고 입학홍보부장 이모(51.수배 중)씨가 입시문제를 서울 목동 종로엠학원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유출한 사실을 확인,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씨로부터 입시문제를 넘겨받은 학부모 박모(42)씨를 12일 긴급체포했다.

박씨는 입시가 치러진 지난달 30일 새벽 이씨로부터 e-메일을 통해 출제 예상문제를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이씨의 통화 내역과 탐문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김포외고에 지원한 박씨의 딸은 일반전형에 합격했다.

박씨는 이씨로부터 A4용지 3~4장 분량의 문항을 넘겨받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지만 정확한 문항 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는 종로엠학원 곽모(41.구속) 원장에게 38문항을 넘겨줬다. 경찰은 이씨가 박씨에게 종로엠학원과 비슷한 규모 또는 더 많은 문항을 건네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교복 대리점을 운영하는 박씨는 이씨가 김포외고 학생부장이던 지난해부터 친분을 쌓아 왔다. 지난해 280여 벌, 올해 500여 벌의 교복을 김포외고에 공급했다.

경찰은 박씨와 이씨 사이에 문제 유출과 납품 대가로 금품이 오고갔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를 위해 계좌 추적을 벌이기로 했다. 또 박씨 이외 김포외고 입시문제를 미리 빼낸 학부모가 더 있는지, 박씨가 다른 곳으로 문제를 넘겼을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종로엠학원 측이 치밀하게 증거 인멸을 시도한 사실도 공개했다. 곽 원장은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이씨에게 처형의 휴대전화를 제공해 도피를 도왔다. 곽씨는 이씨에게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키라"며 사건 은폐와 증거 인멸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또 특수 프로그램을 사용해 이씨가 입시문제를 보낸 e-메일을 완전 삭제했다고 한다. 경찰은 종로엠학원 측이 외국어고에 응시한 일부 학원생들에게 학원 등록 취소를 종용했다는 첩보도 확보해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김포외고 시험장까지 가는 버스에서 사전 유출 문제와 정답을 미리 알려준 김모(42)씨 등 학원강사 네 명를 불구속 입건했다.

◆"7개 외고 입시문제 유출" 주장도=경찰은 또 현직 특목고 전문학원 강사로부터 "최근 5년간 서울.경기 지역 7개 외고 입시문제가 사전 유출됐다"는 제보를 입수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제보를 한 A씨는 현재 수도권의 한 특목고 전문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본인도 직접 외고 관계자들에게 돈을 주고 정보를 빼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7개 외고 이름을 거론하며 이곳에서 빼낸 문제를 직접 봤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A씨는 또 "5년 전부터 상당수 외고에서 유명 특목고 전문학원에 입시 직전 유사한 유형의 문제를 제공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김포외고는 정도가 심해서 걸렸을 뿐 대부분은 물증을 남기지 않고 로비하는 게 일상적이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실명을 거론한 외고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20일 이전 외고 대책 발표=경기도교육청 황인철 부교육감은 이날 "김포외고를 포함한 외고 대책이 20일 이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 부교육감은 "도 교육청 대책 수립에는 3대 원칙이 있다"며 "부정행위 엄단과 선의의 피해 구제, 재발 방지"라고 덧붙였다. 도 교육청은 부정한 과정을 거쳐 합격한 학생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재.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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