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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들 고무 호스로 하루 40대 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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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말리아 해적에게 풀려나 13일 오전(현지시간) 예멘 아덴항에 도착한 마부노호의 선원들이 배 갑판에 서 있다. [예멘=연합뉴스]

소말리아 근해에서 피랍된 지 173일 만에 풀려난 마부노 1.2호가 13일 오전 10시40분(현지시간) 예멘 남부 아덴항에 도착했다. 4일 밤 소말리아 히라데레항을 출발한 지 열흘 만이다.

예멘까지 뱃길로 3~4일 거리지만 마부노2호가 기관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일주일이 지체됐다.

미군 함정의 호위를 받으며 예멘 해역에 들어온 마부노호에는 한국인 4명을 포함한 24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오랜 피랍 생활에 시달려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의 선원들은 지친 표정이었지만 안전 지역에 도착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선장 한석호(40)씨는 "빗물을 받아 먹으며 빵 한 조각으로 하루를 보냈던 때도 많았을 정도로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문갑(54) 마부노 1호 기관장은 "해적들이 산소용접기의 고무 호스를 1m 길이로 잘라 때렸다"며 "하루에 40대까지 맞는 등 모두 100대 넘게 구타 당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배에 오른 선주 안현수(50)씨는 선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로 그간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선박 위에는 해적들이 한국 선원을 때린 고무 호스가 남아 있었고 그물을 끌어올리는 대형 롤러 등 조업 장비 대부분은 녹슬어 있었다. 선원들은 아덴 현지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검진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곧바로 귀국길에 오른다.

정용환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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