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 세균’이라면 흔히 충치와 잇몸질환을 떠올리기 쉽다. 구강 내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긴 하지만 입 속의 세균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질병을 부르기도 한다. 심장질환이나 동맥경화 발병률을 높이는가 하면 임산부에겐 치명적이다. 누구나 갖고 있는 입 속 세균.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중앙일보 프리미엄은 구강세균에 관한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싣는다.
면역력 저하, 입 속이 위험하다
입 속은 세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음식 섭취로 인해 영양분이 풍부하고 습도 또한 안성맞춤이기 때문. 침이 세균의 번식을 막는 작용을 하지만 몸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침만으론 역부족이다. 입은 몸이 약해진 틈을 타 가장 좋은 세균 감염의 통로가 된다.
입 속 세균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역시 잇몸질환과 충치다. 입안의 세균 덩어리와 음식물 찌꺼기가 만들어내는 세균성 독소는 염증을 유발하고 잇몸질환을 일으킨다. 장시간 입안에 머문 음식 찌꺼기는 프라그와 치석이 된다. 치석에는 ㎣당 108마리의 세균이 산다. 엄청나게 증식된 세균은 치주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고 치아를 감싼 뼈를 녹여 결국 이를 빠지게 한다.
입안 세균은 또 음식물과 결합해 산을 만든다. 산을 분비하는 세균은 치아 표면에 프라그를 형성하고 이를 썩게 한다. 평소 올바른 양치질도 중요하지만 입 속 세균을 없애기 위해선 액체 구강청결제를 함께 사용하는 게 좋다. 칫솔이나 치실이 닿지 않는 입 안 전체의 세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미국의 경우 하루 2회 이상 구강청결제를 사용하는 비율이 전체 성인인구의 58%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6%대에 머물렀다. 구강청결제 중 유칼립톨(Eucalyptol)·티몰(Thymol)·살리실산 메틸(Methyl Salicylate)을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이 유해균 제거에 효과적이다.
계란 썩은 냄새 나면 간질환 의심
입 냄새는 구강건강의 바로미터다. 충치·풍치·치조농양·구강궤양을 비롯해 불결한 구강위생상태가 주원인이 된다. 입안의 세균은 단백질을 분해해 부패시키는데 이때 고약한 냄새를 내는 황화수소와 메틸 메캅탄 이란 가스가 생성돼 입 냄새가 나게 된다. 스트레스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긴장될 때 ‘입이 바짝 마른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정신적인 긴장이 지속되면 세정·항균작용을 하는 침의 분비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구강 건조증을 일으켜 세균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세균의 온상인 치태가 쌓이게 한다.
그러나 입 냄새는 구강이 아닌 전신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 당뇨병인 경우는 달짝지근한 아세톤 향이, 간 계통 질환은 계란 썩은 냄새가 난다. 장내 감염이나 위장출혈일 경우 썩은 피 냄새가, 요독증은 생선 비린내와 같은 입냄새를 풍기게 된다. 근본적인 내과질환을 치료하는 동시에 치과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다.
풍치가 임산부 조산 유발도
냄새와는 거꾸로 구강질환이 전신질환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최성호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는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구강세균이 심장질환 등 전신질환을 악화 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임산부의 경우 풍치가 조산을 부를 가능성이 있고 심근경색·동맥경화·당뇨 등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강질환과 관련 있는 대표적 질환은 심장질환. 입 속 세균이 생성하는 독소가 혈관을 타고 들어가 심장질환을 부를 수도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는 침 속에 당 성분이 높아 세균번식이 더욱 활발하다. 충치나 잇몸질환에 걸릴 확률도 당연히 높다. 구강 염증이 잇몸에 퍼지면 치아가 모두 빠지는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세균이 당의 흡수를 막아 혈당조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산부의 경우 태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잇몸질환이 있는 임산부의 경우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 확률이 7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입 속 세균의 독소가 자궁수축을 유발하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 의대는 최근 치주질환으로 인한 염증이 췌장암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yiks@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