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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몸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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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사람에 대해 값이 매겨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심정적으로 매우 불편하다. 노동력을 팔거나 빌려주고 그 대가를 받는다는 데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해서 돈을 벌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노동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모두 값이 매겨져 있다. 아무리 불편해도 그것이 사실이다. 사람마다 몸값이 다른 것이다.

몸값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대기업 임원들의 몸값이 치솟았다는 뉴스를 접할 때 최고조에 이른다. 이들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기로서니 그런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을 가치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몸값은 절대적인 재능의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몸값도 기본적으로는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면 몸값은 올라가고 그 반대면 내려간다. 스타 연예인이나 스타 플레이어, 유능한 경영자는 독점적인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누린다. 그들의 독보적인 재능은 그 사람밖에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수요 독점도 있다. 어떤 기업이 신입사원을 10명 뽑는데 수천 명이 몰렸다면 그 기업은 독점적인 수요자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몸값이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고 있다고 한다. 대선 막판에 이회창 후보가 돌출하면서 박 전 대표의 행보가 대선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적인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몸이 단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로서는 박 전 대표의 지지가 절실하게 필요한 처지다. 그 지지는 오직 박 전 대표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 상품의 독점적인 공급자인 박 전 대표의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박 전 대표가 12일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배제함에 따라 그 상품을 원하는 수요자 역시 오직 이명박 후보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전 대표의 몸값이 한없이 올라갈 수 없는 이유다. 경제학에선 이를 쌍방독점이라고 한다.

쌍방독점의 상황에서 가격은 양측의 교섭력에 의해 좌우된다. 박 전 대표는 가능한 한 최고가를 받으려 버틸 것이고, 이 후보는 가급적 낮은 가격에 지지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협상의 결렬은 양측 모두에게 손해다. 그리고 이 상품에는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다. 유효기간이 지나고 나면 박 전 대표의 지지는 아무런 상품가치를 갖지 못한다. 이제 그 시한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