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新개발지] 3. 평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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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캠프 험프리(K-6) 미군기지 정문 앞 A부동산 중개업소. 서울과 분당 신도시에서 왔다는 3~4명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곳 중개업소 사장은 "지난달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계획이 발표된 이후 외지인 투자자들이 하루 평균 20명 찾아온다"며 "좋은 매물은 나온 지 하루 이틀이면 팔려 나간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도 "평택에 개발 재료가 많다는 소문을 듣고 투자하러 왔다. 미군기지 근처 땅을 살지, 외국인 임대주택을 매입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평택지역에 미군기지 이전, 국제 평화신도시 개발, 수도권 전철 개통 등 굵직한 호재들이 쏟아지면서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외지인들로 넘쳐난다. 개발지 주변 땅은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많게는 두세배로 올라 거품 논란이 일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아직 검토 단계인데도 마치 확정된 것처럼 세부내용을 그럴 듯하게 짜깁기한 가짜 개발 지도까지 나돌고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개발 소문만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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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열기 뜨겁지만=요즘 평택에서 최대 이슈는 미군기지 이전이다. 미군 이전에 대한 지역주민의 여론은 반대 쪽이 우세한 편이지만 부동산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팽성읍 캠프 험프리와 서탄면 일대 오산공군기지(K-55) 주변 땅 3백12만평을 추가로 매입, 2007년까지 이곳으로 용산 미군기지 등을 옮긴다는 계획이다.

이 중 캠프 험프리는 기존 1백46만평에 2백67만평을 더한 4백13만평의 대규모 미군기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평택 아동공인 김영석 사장은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 미군과 군속을 위한 임대주택이나 주변 상권이 크게 활성화할 것 같다"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투자자가 많다"고 전했다.

미군기지 이전에 맞춰 경기도는 서정.장당동, 고덕면 일대 5백만평을 국제평화신도시로 개발키로 하고 오는 6월까지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칠 예정이다. 평택 주민 朴모(55)씨는 "일산 신도시(4백76만평)보다 큰 신도시가 들어서면 그동안 낙후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택지개발 사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토지공사는 외환위기 이후 중단된 청북면 일대 청북 택지개발지구(60만평)사업을 재개, 하반기 토지 보상에 착수키로 했다. 주택공사도 5월께 이충동 일대 이충2택지개발지구(12만평.4천2백가구)에서 분양에 나선다. 평택시도 하반기 안중.송담구획정리사업지구(18만평), 용이도시개발지구(16만평)에 대해 각각 토지보상과 기반공사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 장밋빛 기대는 금물=미군기지 이전 작업이 예정대로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땅을 수용당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군기지 확장 반대 팽성읍 대책위원회 김지태 위원장은 "미군기지 이전 계획대로라면 대추리 땅 70% 이상이 수용된다"며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헐값에 미군에게 넘겨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이전이 계획보다 늦어질 경우 외국인 임대주택사업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가뜩이나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선 지난해 이후 임대주택이 한꺼번에 들어서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방이 수두룩하다.

평택 현지에선 국제평화신도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평택 참여연대 관계자는 "미군 이전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며 "경기도의 구상이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불투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위치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평택시도 경기도가 사전협의 없이 평화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바람에 자체 도시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며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평택시는 올 연말 개통될 화성 병점~충남 천안 간 수도권 전철 서정리역 주변 50만평 규모를 역세권으로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이 부지가 대부분 국제평화신도시와 겹쳐 있어 불투명하다.

평택시가 200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던 지제역세권 개발도 개발 방식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총 70만평에 공영개발 방식으로 유통시설.아파트를 지을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이 자체 개발을 요구해 당초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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