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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집 풍악 요란한데 …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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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18면

요즘 펀드시장을 바라보면서 머릿속에 이런 ‘풍속화’를 그려봤다.

한 마을에 모처럼 큰 잔치판이 벌어졌다. 산해진미가 가득하고 풍악소리도 요란하다. 한바탕 먹고 놀아본 사람들이 대만족을 표시하고, 그런 소식에 이웃 산골마을 사람들까지 내려와 잔치판은 인산인해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몰리면서 음식은 서서히 동이 나고, 술 취한 사람들 때문에 분위기는 어수선해진다. 해는 이미 중천을 넘은 지 오래고, 바람은 차가워진다. 저 멀리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마을 옆 바닷가에선 뱃놀이도 한창이다. 큰 배 한 척이 새로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서로 먼저 오르려 아우성이다. 배 위에는 ‘직관’과 ‘통찰’ ‘미래’ 등의 깃발이 나부낀다. 당대의 최고 선장이 손님들을 반갑게 맞으며, 건장한 최고수 뱃사공들을 소개한다. 노 젓는 소리가 우렁차다. 하지만 배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를 맴돈다. 갑자기 맞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친 탓이다. 사람들은 그래도 배가 가라앉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즐거워한다.

많지는 않지만 집에 머물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미 잔칫집을 거쳐 뱃놀이까지 즐기고 돌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직 밖에 있을 마을 사람들이 걱정이다. 별로 먹지도 못하고 찬바람만 쐬다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올해 농사가 워낙 좋았던지라 앞으로도 잔치는 몇 차례 더 있을 것이라고 이들도 믿는다. 하지만 당분간은 그저 쉬면서 밀렸던 집안일이나 돌보려 한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주식시장이 벌써 한 달 넘게 코스피지수 2000 언저리에서 일진일퇴의 공방만 거듭하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은 갈수록 커져 하루에도 수십 포인트씩 지수가 널뛰기 일쑤다. 실속 없이 에너지만 자꾸 소진하는 양상이다.

해외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좋지 않다. 미국의 주택금융 부실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내로라하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큰 손실을 입고 있다. 고유가에 약달러까지 심해지자 미국의 경제대통령 벤 버냉키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고물가)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에선 내국인의 홍콩증시 투자허용 시점을 늦추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상하이와 홍콩의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믿을 구석은 풍족한 유동성이지만, 그것도 증시 주변의 환경이 평온하게 돌아갈 때 얘기다. 해외 쪽 공기가 차가워지자 외국인들은 지난주 주식을 팔아 2조원을 빼갔다. 국내 연기금도 매도로 돌아섰다. 펀드자금 유입이 꾸준한 데도 시장이 헛바퀴를 돌린 이유다.

상황이 어수선해지면서 ‘미래에셋’으로의 자금 쏠림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인사이트펀드의 판매액이 3조5000억원을 넘었다. 뒤늦게 뛰어드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믿을 곳은 미래에셋’이란 인식이 계속 확산되는 모습이다. 과연 인사이트펀드는 투자자들을 지켜주는 ‘노아의 방주’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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