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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 사면초가 … 중간광고 허용, 수신료 인상에 안팎서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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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초대 방송위원장을 지낸 강대인 전 건국대 교수가 최근 "방송법은 방송위원이 방송.행정에 대한 전문성과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며 "현 위원들이 모두 이 기준에 맞는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라고 현 방송위원회에 직격탄을 날렸다. 방송위가 최근 TV 수신료 인상, 지상파TV의 중간광고 허용, 무더기 공익채널 선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데 대한 비판이다. <본지 7일자 8면>

방송위 내부의 비판도 제기됐다.

방송위 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합의 정신을 중시하는 위원회가 의결 과정에서 다수의 힘으로 몰아붙이는 국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며 "방송위원들은 자중하기 바라며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한 방송위원은 "끝까지 정도를 지키지 못한 내 책임부터 크다"며 "전문성 부족은 물론 거수기 역할도 마다 않는 위원회라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 탄식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송위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우선 방송위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적잖다. 방송위는 대통령.여당.야당이 각각 3명씩 추천한 각계 인사 9명으로 구성된다. 정당정치 국가에서 대통령과 여당은 대체로 입장이 같을 수밖에 없다. 중간광고 허용 표결에서 여당 추천 인사 3명과 대통령 추천 인사 2명이 찬성 표를, 야당 추천 인사 3명을 포함해 4명이 반대 표를 던진 것도 '3.3.3'으로 나뉜 위원회 구도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일부 시민단체는 "시민.언론단체 및 학계에서도 위원을 추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학계.시민단체 인사들은 "누가 추천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추천하느냐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문화연대 전규찬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 방송위원회도 정치권 추천을 받은 인사들로 구성되는 게 상례"라며 "중요한 건 추천받은 사람이 경륜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느냐 여부"라고 말했다.

현 방송위원 9명 중 5명이 지상파 방송사 출신인 것도 문제다. 한 방송위원은 "방송위가 지상파 방송사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일이 자꾸 생기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한 연구원은 "방송위는 KBS.MBC.EBS 등의 임원진 인사권을 가진 강력한 조직이지만 정치권에선 소신이 있는 사람보다 자신들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할 인사를 찾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표 참조>

방송위가 제 기능을 하려면 위원 임명 절차를 강화하고 견제 장치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북대 김승수 교수는 ▶방송위원 추천자의 추천 사유 공개▶방송위원에 대한 외부 평가제 도입▶윤리위원회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 소장은 "위원장과 부위원장만큼은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고, 중간광고처럼 시청자의 권익과 직결된 결정에 대해선 사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방송위원회=2000년 새 방송법이 시행되면서 그 해 3월 새로 출범했다. 방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 및 공정성과 공익성을 유지하는 게 임무다. 합의제 행정기구로 9명 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위원장은 장관급, 부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4명은 차관급의 지위를 지닌다. 현 방송위는 3기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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