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구태 정치인들을 부활시키는 대선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금 대선판은 지저분하고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미 국민의 마음 속에서는 폐기되거나 지워졌던 인물들이 등장해 큰소리치는 광경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그들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이 참에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떠들고 있다. 도대체 그들에게 회복할 명예가 있기나 한 것인가. 부패와 비리를 저지르고 정치를 오염시킨 데 대해 반성하고 칩거해야 마땅할 자들이 말이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출마 선언이 기폭제가 됐다. 지금 그의 주변에는 ‘차떼기’와 ‘세풍(稅風)’과 ‘안풍(安風)’의 주역들과 정치 철새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최돈웅 전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을 맡아 SK그룹에 100억원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던 인물이다. 서상목 전 의원은 1997년 대선에서 국세청 차장 등을 동원해 23개 대기업에서 166억원을 모금한 혐의로 구속됐다. 강삼재 전 의원은 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 때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의 12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던 사람이다. 대법원은 그 돈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선 잔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는 했지만, 천문학적 불법 정치자금을 주물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에 한나라당 공천으로 경남지사에 세 번이나 당선됐으면서도 현 정권이 들어서자 탈당해 여당으로 옮겨갔던 김혁규 전 의원, 신한국당-자민련-국민중심당을 거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최근 탈당한 신국환 의원의 합류설까지 나돌고 있다.

밑바닥에 가라앉았던 쓰레기들이 물이 일렁이니 물 위로 뜨는 현상이다.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세력을 따라 부평초처럼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는 게 일이라지만 이것은 너무하다. 냄새가 나는 정치인들마저 부활하려 하고 있다. 그들은 “이회창도 나서는데 나라고 못 나서나” 이런 마음일 것이다. 도덕성이 무너지니 이런 꼴이 연출되는 것이다. 국민이 정신차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