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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빨라진 對外經協 발걸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김일성(金日成)사망으로 주춤했던 북한(北韓)의 대외(對外)경제협력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최근호는 나진(羅津)-선봉(先鋒)지역에 오스트리아의 노르덱스社가 정유공장건설 계약을 추진하고 있고,스웨덴의 아르네라손社가 승리화학공장과 원유저장시설 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또 유엔개발계획(UN DP)나진 투자촉진센터 내부통신시설 투자협정,러시아 달소 회사와 나진항 건설기재 도입계약등을 이미 체결했다.
중국(中國)길림성(吉林省)연길(延吉)공교물자무역회사와는 청진(淸進)東항~회령(會寧)간 도로확장공사와 청진호텔 건설사업,영국 뉴레뷰어社와는 나진 화장품공장 건설을,홍콩 텔레그린社와는 선봉지역에 비행장 건설 문제를 각각 협의하고 있다 고 한다.
이런 활발한 움직임은 핵문제가 풀리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갈 경우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북한전문가들도 김정일(金正日)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김일성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기한 무역제일주의를 한층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간「천리마」는『대외무역을 발전시키지 않고는 인민경제의 여러부문에 대한 수요를 제대로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노동신문도 북한에 우호적인 자본주의국가들과도 친선협력관계를 증진해 나갈 방침임을 역설했다.
평양방송은 통일이전이나 이후에도 개인.단체들의 사적 소유권을인정하겠다며 서방 기업들을 향해 유혹의 손짓을 했다.
현재 연간 하적량 3백만t규모의 나진-선봉항을 3단계에 걸쳐2010년까지 5천만t규모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김일성이 죽은 뒤 주한(駐韓)美상공회의소,일본(日本)민간교류대표단등 서방기업들도 불러들였다.
서방기업들도 북한이 핵문제를 풀어가는 기색을 보여 대북(對北)투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당장 구매력은 없어도 일단 북한 권력층에 선(先)확보와 미개척지역에 대한 선점효과등을 고려하고 있다.북한이 제한된 범위나마 대외 경제 개방 을 고려하기시작한 것은 80년대말 사회주의나라들도 실리주의를 취하면서 대외경제부문이 악화된 때다.사회주의권이 줄어들어 거래선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 되었다.
공장가동률이 40%에 그치는등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87년부터 시작된 제3차 7개년계획기간에는 무역액을 3.2배 늘리는 발전계획을 세웠다.
92년2월에는 정무원에서 대외무역사업의 혁명적 전환을 일으키는데 대한 결정을 채택하고,12월에는 무역관련 부처들을 통폐합했다. 그러나 성과는 없었다.지난 10년동안 외국기업과 맺은 합영.합작사업은 1백70여건으로 그것도 재일조총련계가 90%를차지했다.현재 가동중인 것은 30여개에 불과하다.
북한당국의 선전과는 달리 올들어 실제로 투자가 이루어진 것도지난달 러시아와 「朝-러 상업주식회사」를 설립한 것이 전부다.
나진-선봉경제특구를 설치한지 3년만에 이루어진 첫 외국 투자다. 이렇게 의욕과는 달리 외국 투자가 부진한 것은 핵문제등 안보적인 불안외에도 누적된 대외부채 불상환과 잦은 계약 위반에 따른 신용도 추락,북한의 사회주의체제 강조와 국제고립에 따른 투자자본 보호장치 결여,도로.항만등 인프라 부족,원 자재 공급의 어려움,내수시장 부족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외교안보연구원의 오병훈(吳炳勳)선임연구원은 김정일이 개방정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그를 추종하는 주변 핵심관료들(全炳浩.韓成龍.朴南基.金達玄)이 대부분 개방성향 인물인데다지난 7월과 8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김정일체제가 신무역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시사한 것을 지적했다. 더구나 핵문제가 해결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吳연구원은 이런 점을 고려할 때『정치적으로 어느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대외무역 활성화분야에서 김정일의「광폭정치」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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