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죽리초등학교는 8일 오후 문화복지센터에서 영어학예회를 했다. 5학년 학생들이 연극 ‘셋째 돼지 이야기’를 연기하고 있다. [양구군 제공]
유치원생을 포함해 전교생이 84명뿐인 농촌의 작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영어학예회를 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죽리 영어학예회’로 이름 붙인 학예회는 리코더 연주에 이어 사회를 맡은 학생이 “Good afternoon, everyone!”이라 인사하는 것으로 시작, “Good-bye, everyone!”이란 작별 인사까지 우리 말은 하나도 없이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무대 오른쪽 한 켠에 빔 프로젝트를 이용한 한글 자막을 설치했다.
1시간 10분 동안 진행된 학예회는 연극을 비롯해 3학년 학생들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3학년 이주희 양은 ‘서울 쥐와 시골 쥐’ 동화구연, 4학년은 ‘지구촌 한 가족’이란 패션쇼, 6학년은 ‘내사랑 토끼’ 인형극, 2학년은 율동과 챈트, 1학년은 현대무용 ‘카사블랑카’를 선보였다. 또 유치원 어린이들도 율동을 곁들여 ‘천사들의 노래’를 불렀고, 이 학교 김동근 교장은 찬조로 섹소폰을, 교직원은 ‘애니 로리’와 ‘오 나의 태양’을 합창했다. 교직원 합창에는 수영 코치와 기사 3명도 포함되는 등 이날 학예회는 죽리초등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가했다. 김 교장은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영어 공부에 취미를 붙일 수 있을까 생각하다 올 봄부터 영어학예회를 기획하고 준비했다”며 “교직원과 학생 모두의 노력으로 꾸민 학예회로 아이들이 영어에 더 자신감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예회를 지켜본 학부모 윤현주(36·양구읍 상리)씨는 “연극에서 두꺼비로 분한 딸 현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하는 것을 보니 뿌듯하고 흐뭇하다”며 “농촌 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이렇게 발표할 수 있는 기회까지 갖게 돼 기분 좋다”고 말했다.
◆영어공부 어떻게 했나= 이 학교 학생들이 영어를 본격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학생들이 어른이 돼 살아갈 10~20년 후 미래사회는 영어가 개인 및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 생각한 김 교장은 영어체험학습을 학교 특색교육으로 정했다.
교실 반 칸을 활용해 영어로만 말하는 ‘English Zone’을 설치, 공항·상점·병원·우체국·은행 등의 코너 별로 생활영어 인터뷰를 통과하도록 해 의사소통 능력을 키웠다.
올해 3월부터 원어민 교사가 영어 교과는 물론 방과 후 영어 회화반을 지도하고 있으며, 강원발전연구원 지원으로 2006년 여름 방학부터 올해까지 세 번 4주 일정의 원어민 영어캠프를 운영했다. 농협이 주관하는 영어 캠프에 5명의 학생을 보내는 등 여건이 닿는 대로 다른 영어캠프에도 참가하고 있다.
또 영어문화권 체험을 적극 주선, 지난 2월과 8월 5명의 학생이 필리핀으로 15일간씩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이밖에 매주 월요일마다 영어퀴즈를 실시하고, 영어말하기 대회를 여는 등 다양하게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학예회에서 사회와 연극의 둘째 돼지 역을 맡은 염수빈(5년)양은 “이제는 외국인을 만나도 두렵지 않을 만큼 재미있게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