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재판이 지겨워 피자 집 차렸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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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재판에 넌더리가 난 미국 변호사 두 명이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 피자 집을 열었다. 1985년의 일이다. 캘리포니아 피자 키친(CPK)이라는 이름의 이 가게는 이후 미국 200여 곳에 더 문을 열었고, 아시아 8개국에도 진출했다. 그리고 8일엔 서울 서초동에 한국 1호점을 열었다. 이 점포 개업식에 온 CPK의 래리 플렉스(68·사진) 공동대표를 만났다. 구릿빛 피부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그는 70세을 바라보는 노인답지 않게 쾌활하고 젊어 보였다.

-변호사에서 피자 집 주인으로 변신한 인생스토리가 재미있다.

“동료 변호사인 릭 로젠필드와 재판이 너무 지겹다는 얘기를 하다가 피자 집을 열자고 의견을 모았다.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비싸게 팔던 프리미엄 피자를 대중화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 중상류층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프리미엄 피자는 보통 피자와 다른가.

“피자 도우가 얇다. 담백하고 고급스러운 재료를 사용하고, 토핑을 다양하게 한다. 일단 치즈 범벅이 아니다.”

-개업 당시 모델이 됐던 레스토랑이 있는가.

“우린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를 벤치마킹했다. 값싼 디저트로 인식되던 아이스크림을 고급화하고 초콜릿·바닐라 외에 무궁무진한 맛을 개발한 점을 따라 하고 싶었다.”

-피자도 그런 무궁무진한 맛이 가능한가.

“우리 회사엔 메뉴개발위원회가 있다.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둔다. 퓨전 음식점, 외국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먹어 보고 맛있는 요리는 대부분 토핑으로 올려 본다. ‘타이치킨 피자’나 ‘미소(일본된장) 샐러드’ 같은 독특한 제품들도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한국 요리도 도입한 게 있는가.

“어제 한정식집에서 불고기를 먹었는데, 이를 이용해 피자를 만들면 미국에서도 인기가 좋을 것이다.”

-요즘은 어느 피자 집이나 토핑을 다양화한다.

“우리는 피자와 와인을 함께 판다. 좀 더 고급스러운 매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장치다. 피자는 싸구려 음식처럼 인식되지만 우리 음식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직원들에게 전파한다.”

-회사가 커진 특별한 비법이 있다면.

“베벌리힐스에 차린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조니 뎁, 리즈 테일러, 조디 포스터 등 유명 배우들이 매장을 찾는 사진이 파파라치를 통해 퍼지면서 우리 피자 집의 인지도가 확 높아졌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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