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안 된다 판단 땐 살신성인" 하겠다는 이회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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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7일 대선 출마 선언으로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됐다. 그는 이날 대선을 완주하는 문제와 관련해 모호한 발언을 했다. "제가 선택한 길이 옳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언제라도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발언이다. '살신성인'의 결단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페이스 메이커'론이 우선 거론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함께 경선 레이스를 펼치며 유권자의 시선을 보수 진영에 묶어 두는 역할을 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이명박-이회창 간 단일화가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못지않은 흥행성을 가질 것이란 기대도 한다. 일정 시점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뒤로 물러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둘째가 '스페어 후보'론이다. 이회창 후보가 대선 무대에서 보수 성향 후보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하려고 나왔다는 논리다. 이회창 후보 측은 "BBK 사건 여파로 이명박 후보가 사실상 낙마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회창 후보와 가까운 서상목 전 의원은 보수 성향 후보에 대한 테러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살신성인의 조건은 까다롭다.

이회창 후보가 스스로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는 한 단일화는 요원하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지금처럼 부진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회창 후보가 정 후보에게 뒤지는 경우에나 가능할 것이란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대선 3수 비난 피하려는 레토릭"=다른 시각도 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이회창 후보가 벼르고 별러 나온 건데 중도 포기하겠는가"라며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修辭)"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후보가 향후 정계개편과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 명분도 논란거리다. 그는 대법관 출신답게 논리와 상식을 중시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이날 명분은 비논리적일 뿐 아니라 비상식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는 자신의 가장 큰 출마 명분으로 '좌파 정권 교체'를 꼽았다. 그는 자신의 출마를 "보수의 분열이 아니라 보수의 보완"이란 주장까지 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출마로 한나라당 지지자, 보수 성향 유권자층의 분열이 뚜렷해진 현상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한나라당 경선 때는 가만히 있다가 본선을 앞두고 탈당해 한나라당 표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실상의 경선 불복론'에 대한 해명도 미흡했다. 장훈 중앙대(정치학) 교수는 "한나라당 당원일 때 아무 말 없다가 정치적 공간이 보이니까 탈당하는 건 경선 불복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고정애 기자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스페어(spare) 후보=이명박 후보가 정치적으로 또는 물리적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받아 사실상 대선 무대에서 퇴장하는 상황에 대비해 제2의 보수 성향 후보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스페어 후보론이다. 페이스메이커론은 마라톤에서 같이 뛰다 빠져주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 보수진영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자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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