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주식 투매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0면

미국의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투자은행들의 주식과 채권 투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높은 금리로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은행들이 투매에 나설 경우 세계 금융시장은 큰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 있다고 7일 경고했다.

◆갈수록 커지는 부실=씨티그룹은 6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4분기 부실 규모가 80억~110억 달러(약 7조2000억~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 채권조사기업인 크레디트사이츠도 투자은행들의 4분기 부실 규모 전망치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메릴린치 94억 달러를 비롯, 골드먼삭스 51억 달러, 리먼브러더스 39억 달러, 모건스탠리 38억 달러, 베어스턴스 32억 달러다. 이 같은 부실로 이날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 주가는 3%가량 하락했다.

씨티은행을 비롯한 미 3대 은행이 조성하는 750억 달러 규모의 ‘수퍼 펀드’도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펀드는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계 증권의 투매를 막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도 금융위기를 우려하고 나섰다. 그는 6일 도쿄 경제지도자포럼에서 “과도한 주택 재고가 가격 하락을 부추기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 증권의 가치를 잠식하고 있다” 고 말했다.

◆신용등급 하락 잇따라=미 신용평가기업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최근 50억 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 증권에 대해 ‘부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중 최우량(AAA) 등급이었던 버티컬 자산담보증권(ABS)은 정크 본드 수준인 B2로 14단계나 낮췄다.

미 금융위기로 이날 달러가치는 유로화와 캐나다 루니화에 대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유가도 예멘의 석유관 테러 공격 소식으로 7일 싱가포르 시장에서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12월분이 배럴당 98달러를 돌파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부 펀드가 버팀목 될까=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도 세계 증시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국부 펀드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7일 보도했다. 국부 펀드들은 석유나 상품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외환을 자금줄로 최근 주식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3조 달러 규모인 국부 펀드가 5년 뒤에는 1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스티븐 젠 모건스탠리 수석연구원은 “국부 펀드는 장기 투자여서 세계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국부 펀드(Sovereign Wealth Funds)=석유나 상품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환을 바탕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기금.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투자공사가 이에 속한다. 이 펀드는 미 국채 같은 안전자산에 주로 투자했으나, 최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이나 부동산에도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