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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성사 청신호-카터 남북한 재중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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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미 카터 前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번 한반도에 봄바람을 불게해줄 것인가.
카터前대통령은 19일과 20일 박길연(朴吉淵)유엔주재 북한대사와 갈루치 美북한핵대사,한승수(韓昇洙)주미대사를 잇따라 만나지난 6월 자신이 남북한을 왕래하면서 성사시켰던 남북한정상회담개최합의를 되살릴 가능성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 졌다.
22일엔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 이사장을 만나 남북관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논의할 예정이다.
카터씨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번 남북한 중재가 지난 6월과는 달리 南.北,韓.美의 강력한 희망과 뒷받침속에 이루어져 성과가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우선 카터씨에게 남북한 중재 계기를 마련한 것이 북한측이다.
북한 김정일(金正日)은 김일성(金日成)사망뒤 한국에서 일었던조문파동을 빌미로 한국에 대한 비방강도를 한창 고조시키고 있던지난달말 카터씨의 방북을 요청했다.
카터씨의 방북을 요청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朴대사가 카터씨에게 전달한 김일성의 서한원본 내용이 북미대화와 남북한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해준데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것이라는 사실에서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한대화 재개 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정부가 이번 한승수주미대사를 애틀랜타에 파견,남북대화에 중재를 요청하는 대통령 친서를 전달한 것은 22일로 예정된 김대중이사장의 방문을 의식한 정치적인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北-美관계가 연락사무소 개설등으로 급진전되고 있는 상 황에서 남북대화가 실종되고 있는 것을 적극 타개하려는 움직임과 관련돼 있다. 정부는 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을 미국에 보내 남북한대화와북미대화가 상호보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고 뒤이어 이홍구(李洪九)통일부총리는 정상회담을 포함한 모든 남북한대화 재개를 추진할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카터씨의 방북을 꺼림칙하게 생각했던 것과는다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당시 정부는 카터씨의 방북을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對北)접근으로 해석하고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았으나 그후 정상회담이 합의되자 카터씨의 역할과 관련한 입장정리에 애를 먹었다.
이번엔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열린다면 그를 적극 활용하겠다 전략이다. 이같은 전환은 北-美대화축과 南北대화축을 최소한 병행해야 한다는 판단때문이다.
미국도 갈루치를 카터씨에게 보내 최근 北-美회담내용등을 자세히 설명한 것은 그의 중재만이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어 北-美간의 접근과 남북대화를 진전시킴으로써 한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카터씨의 중재가 성사되면 北-美대화와 남북대화라는 핵문제해결의 두바퀴가 동시에 굴러가는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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